현관문이 안 열리는 이유

부부간 막말 금지

by 박세환

어느 때처럼 집에 들어가려고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데 문이 안 열린다.

내가 잘못 눌렀나 싶어 다시 한번 신중을 다해 눌렀으나 역시 열리지 않는다.

앗, 와이프 J가 비밀번호를 바꿨나.

그럴 리가 없는데. 귀찮아서라도 와이프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현관문 도어록의 조그마한 LED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간 다음 배터리를 갈으니 정상 동작하였다.

배터리가 다 닳아서 그랬구나 하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그 다음 날, 현관문은 열리지 않았다.


뭔가 도어록에 문제가 있음을 감지하고 단골 인테리어 사장님에게 연락하여 바로 교체하였다.

사장님께 고장난 이유를 물어보니 아마도 현관문을 쾅쾅 세게 닫을 때 도어록 내부 기판에 충격이 가해져 이상이 생겼을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비싼 돈 주고 바꾼 새 도어록을 보며 '이제는 현관문 살살 닫아야지'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가끔씩 우리는 부부간에 서로 너무 익숙해져서 함부로 얘기할 때가 있다.

그리고 오래된 부부일수록 배우자 화를 푸는 방법 또한 잘 알기에 그 방법을 매번 시도하며 고비를 넘긴다.

그런데 화가 계속 쌓아다 보면 더 이상 그 방법이 안 먹힐 때가 있다.

꼭 고장난 도어록에 비밀번호를 아무리 눌러도 현관문이 안 열리듯이.


이때 우리는 당황하게 된다.

도어록이야 고장 났으면 당장 바꿔서 손쉽게 현관문 열면 되지만

사람의 마음은 한번 닫히면 다시 열리기가 쉽지 않다.

현관문을 살살 닫듯이 배우자의 마음도 살살 달래 가며 제대로 용서를 구해야만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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