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마흔에 쓰는 첫 문장

by 앙또아


어릴 적 나는 글보다 그림이 더 좋았다.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린 적은 많아도, 글을 읽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학창 시절 내내 교과서 외에 내가 손에 잡은 책이라곤 만화책뿐이었다. 글자만 가득한 책을 제대로 읽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런 내가 언젠가 글을 쓰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스무 살이 넘어서야 책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글이란 내게 그저 읽는 대상일 뿐이었다. 직접 쓴다는 건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학교 숙제로 어쩔 수 없이 썼던 독후감이 내 기억 속 첫 번째이자 마지막 글쓰기였다. 나는 당연히 그 후로 글과는 영영 인연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처음엔 익숙한 방식으로 웹툰을 그려 내 이야기를 표현했다. 하지만 웹툰 작업을 할수록 마음 한쪽이 답답했다. 웹툰이라는 매체는 재미를 위해 이야기를 과장하거나,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솔직한 감정과 진짜 하고 싶은 말들을 생략하게 만들었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무심코 집어 든 에세이 한 권을 펼쳤는데, 이상하게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남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자꾸만 내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처음 겪는 일이었다. 내 삶의 이야기를 글로 마음껏 쏟아내고 싶다는 욕구가 갑자기 솟구쳤다. 그러나 용기가 나지 않았다. 글쓰기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고, 제대로 써본 경험도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글을 쓸 수 있을까?' 걱정이 먼저 떠올랐다. 나를 낮추며 감히 작가라는 이름을 내 뒤에 붙일 자격이 있는지도 의심했다. 늘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나였지만, 글쓰기 앞에서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계속 나를 붙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내 이야기를 쓰고 싶은 열망이 수많은 걱정과 두려움을 이겨냈다.


글을 쓰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내 첫 번째 이야기는 오직 내 삶이어야 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솔직하게, 담담하게 적고 싶었다. 남들에게는 평범하고 별다를 것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혹시 나처럼 어려운 시간을 보내며 살아온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읽게 될 이 글은, 마흔이라는 나이를 넘어 삶의 전반전을 마치고 이제 후반전을 맞이한 여자의 소소한 자서전이 될지도 모르겠다. '자서전'이라는 단어가 거창하게 들려 조심스럽지만, 부디 큰 기대 없이 그저 한 사람의 삶을 조용히 따라가듯 편하게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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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에 죽겠다던 내가 벌써 마흔' 브런치북을 재연재 합니다.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을수록 아쉬운 점이 많고 덧붙여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아 이와 같은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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