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2 다이어트 거부

단편웹소설 - 오래 서서 일하는 사람들

by 안한

2.

다음날 출근해서 똑같은 일상을 보낸다. 여기서 달라진 부분은 핫바를 단백질 소시지로 바꿨다. 단백질을 제대로 채웠으니 또 살이 빠졌다고 생각하는 박부장이다. 안과장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자랑처럼 늘어놓는다.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저게 진짜인가 싶은 얼굴로 안과장은 놀랬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다이어트 기법이라고 생각했다. 안과장의 입에서 나오지 못하고 머무른 한마디는 ‘다이어트를 저렇게 한다고.. 요?’였다. 차마 내뱉진 못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김대리가 박부장에게 진짜 살이 빠졌냐고 물어봤다. 박부장은 자랑스러운 얼굴과 배를 퉁퉁 치며 말한다.

“체중을 측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은 몰라도 아마 1kg은 빠졌을걸?”

안과장이 말을 꺼낸다. “이전과는 반대로 사셔야 해요.” 억울표정으로 박부장은 밥도 덜고 충분한 수면을 했고 운동도 했다며 더 이상 반대로 할 게 없다고 한다. 다시 차분하게 안과장이 말한다.

“우선 하루 일과를 써보세요. 언제 일어나고, 뭘 먹고, 언제 잠드는지 이런 거요. 사소한 거 하나 놓치지 말고 써서 저 좀 보여주세요.”

박부장은 귀찮은듯한 표정 짓는다.

“그냥 일상이 뭐 일상이지. 잘 때 자고 먹을 때 먹고 그런 거지. 뭘 또 적어야 해?!”

한사코 손사래를 치며 안 적어도 충분하다고 한다.

안과장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진다.

“그럼 몇 가지만 물어볼게요. 하루에 얼마나 주무세요?”

“그건 날마다 다르지 유튜비 영상보다 늦게 잘 때도 있고, 좀 피곤하면 일찍 잠자리에 들지. 뭐 술 한잔 들어가면 4~5시간 자려나?”

“운동은 전혀 안 해요?”

“우리 같은 요리사들은 일이 운동이지 뭐. 하루 온종일 서서 일하고 움직이고 하니까..? 아참 하는 운동 하나 있지.”

배를 퉁퉁 치며 “숨 쉬기” 키득키특 거리는 박부장이다.

진지한 얼굴의 안과장은 질문을 이어간다.

“설탕, 밀가루, 튀김류 드시죠?”

“그걸 안 먹는 사람이 있어? 에이 말도 안 되지. 그래도 막 엄청 달고 그런 건 안 좋아해. 단건 커피정도? 밀가루나 튀김은 알잖아. 사랑이라는 거”

“자, 마지막입니다. 살이 빠진 후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본 적 있으세요?”

박부장은 망치로 한 대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아… 니?”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이 모습이었기에 다른 모습은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박부장은 한순간에 상상 속에 빠져든다.

살이 쫙 빠져 슬림해진 자신의 모습.

쉐프 재킷과 앞치마를 걸친 모습이 마치 티비에 나오는 연예인 같은 자신의 모습.

누가 보면 쉐프 재킷 모델이냐고 물어보며 멋있다고 해주는 모습.

가족사진에 배가 쏟아지게 나온 아저씨 모습이 아닌 마치 바디프로필을 연상하게 하는 근육질의 멋진 가장의 모습.

박부장의 머릿속은 이미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었다.

박부장은 길어야 한 달? 중간중간 회식 좀 하면 두 달이면 될 거라고 예상한다.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는 중이었다.

이번 여름휴가는 워터파크를 가서 식스팩을 가진 청년으로 오해받는 상상도 해본다. 혼자 입꼬리를 내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광대뼈는 내려갈 생각이 없었다.

모든 상상이 끝나고서 박부장의 눈빛에 불꽃이 일렁인다. 안과장에게 말한다.

“난 마음의 준비가 끝났어. 뭐부터 하면 되지?”

뜨겁다. 안과장은 가만히 서있었지만 박부장의 이글거림에 너무 뜨거웠다.

“워~ 워~ 진정하세요.”

안과장은 박부장이 너무 급하게 시작할까 봐 말린다.

“워~ 워~. 부장님. 너무 급하게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다이어트 바로 실패합니다. 모든 걸 한 번에 하면 안돼요. 하나씩 습관을 만들어야죠. 시간을 두고 몸이 적응할 시간을 주면서 살을 빼야 해요. 만약 이걸 무시하면 바로 요요 맞습니다. 혹시라도 다이어트 정체기가 왔을 땐 못 버틴다고요.”

박부장의 귀를 스쳤다. 요요? 다이어트 정체기? 이런 건 본인에게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들이었다.

“나 딱 40kg만 뺄래. 한 달에 20kg씩 2 달이면 충분하잖아?”

박부장의 의욕은 뜨겁다 못해 들끓고 있었다.

안과장은 그냥 엄지척을 했다. 저러면 힘들 거란걸 알지만 동기부여가 생긴 것이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차분하게 안과장이 말한다.

“오늘부터 몸에서 쌀 2포대를 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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