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혼자 목욕시키던 날

첫째와 셋째의 차이

by 안현진

오늘 아침, 혼자 은서 목욕시키기에 도전했다.

그동안 남편이랑 둘이서 씻겼는데 오늘은 혼자 해도 될 것 같다는 자신감이 솟았다.

욕조 두 개에 따뜻한 물을 받고 갈아 입힐 옷, 로션, 기저귀를 침대 위에 준비해뒀다.

목욕을 시키기 위한 준비가 모두 끝나고 아이 옷과 기저귀를 벗겨 욕실로 데려갔다.

한 손으로 목을 받치고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했다.

손을 놓쳐서 물에 빠트릴까 봐, 귀에 물이라도 들어갈까 봐, 추울까 봐 그저 조심스럽던 아기가 이제는 욕조가 작을 만큼 커버렸다.


KakaoTalk_20210412_110245199.jpg 목욕 후 웃고 있는 셋째

은서도 평소처럼 방긋방긋 웃으며 목욕을 했다.

"아구 예뻐라 - 은서가 목욕이 재밌어~ 좋아~ 오구오구 -"

아이에게 말을 거는 여유도 생겼다.

이것이 육아의 내공인 걸까!

허둥대지 않고 안정적으로 잘 씻겼다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은서 옷을 입히고 있으니 남편이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주고 돌아왔다.


KakaoTalk_20210412_100803636.jpg 첫째가 아기 때 모습, 셋째랑 닮았다.


7살 선우를 처음으로 혼자 목욕시키던 날이 생생하다.

첫째는 모든 게 처음 하는 일이라 어설플 수밖에 없었다.


욕조에 물을 받으면서 방에 누워있는 아기의 기저귀와 옷을 벗겼다.

받고 있던 물을 잠그고 온도를 확인하러 다시 화장실로 달려갔다.

알몸으로 버둥거리고 있던 아기를 안으려 할 때 선우가 오줌을 쌌다.

피융. 오줌 세례를 맞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제 얼굴에 오줌이 튀자 응애응애- 울기 시작했다.

'아! 어떡하지! 먼저 닦여야 되나? 지금 바로 씻겨야 하나?'

혼자 우는 아기를 안고 안방과 화장실 사이에서 우왕좌왕했다.

버둥대던 선우는 그새 자기 얼굴을 갉아서 빨갛게 줄이 가 있었다.


아이를 씻기며 눈물이 났다.

미안해를 되뇌며 나를 원망했다.

'그냥 선배 오면 저녁에 씻길 걸... 뭐하러 혼자 한다고 하다가... 애 얼굴에 오줌도 튀고 얼굴도 갉고...'

서툴러서 미안한 것도 많은 엄마였다.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그 날 일을 아이에게 얘기하면 제 오줌에 자기도 맞고 엄마도 맞았다는 사실을 재밌어한다.

그게 뭐라고 한없이 작아지고 미안했던 엄마 마음은 모를 것이다.


첫째와 셋째가 6살 차이 난다.

6년의 내공을 장착했으니 셋째 키우는 것은 첫째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여전히 서툴고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그때처럼 스스로를 작아지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육아에 있어선 능숙한 스킬보단 여유로워진 마음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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