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담긴 아이의 그림

사랑의 봄비

by 안현진



“내일은 엄마가 데리러 오면 좋겠다~ 내가 심은 씨앗 보여주고 싶어!”


어제 저녁 선우가 잠들기 전에 말했다.

저번 주 보여 주고 싶었던 로봇도 못 봤던지라 꼭 가봐야겠다 싶었다.


창문으로 엄마 얼굴을 발견한 윤우가 “엄마아!!” 외치며 뛰어나온다.

“엄마! 오늘 나비 그렸어! 하야(형아)한테 어서 가자고 해야겠다!”



IMG_2883.jpg

선우 반은 색깔 천을 던지며 놀고 있었다.

선우도 날 발견하고 뛰어나왔지만 놀이가 즐거워 보여서 “더 놀래? 기다릴게.” 했다.

윤우랑 밖에서 선우 노는 모습도 보고 복도에 붙어 있는 그림도 구경했다.

친구들이랑 같이 그림을 그렸는지 이름이 쓰여있었다.

선우 이름은 어디 있나 찾아보고 있는데 가방을 챙기며 나온다.


선생님이 그림 설명을 해주셨다.

"선우가 표현력이 참 좋아요."

00 봄비를 그릴 건데 어떤 봄비 할까요 하니 선우가 "사랑의 봄비"라고 의견을 냈다 한다.

친구들도 선우 의견이 좋다고 해서 사랑의 봄비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세상에. 사랑의 봄비라니!


IMG_2884.jpg

선우가 그린 부분이다.

사진을 찍고 집에 와서 좀 더 자세히 물어봤다.


"선우야~ 오늘 유치원에서 그린 그림, 엄마한테 얘기해 줄 수 있어?"

"응. 개미가 나뭇잎 우산을 쓰고 집에 돌아가고 있었어. 맨 밑에 있는 게 개미야.

갑자기 큰 천둥이 와서 번개가 우산을 찢어버렸어."

"아아~ 이거는 뭐야? 갈색 기다란 거?"

"그거는 아파트야. 천둥에 아파트가 무너질 뻔했어."

"아~ 그럼 검은 거는?"

"엄청 큰 구름이 와서 비가 너무 크게 왔다! 우산이 다 젖었어. 바지까지도. 사람들이 목욕을 엄청 오랫동안 해야 해."

그러곤 제 할 것 하러 뛰어가버린다.


이야기가 담긴 선우 그림이 참 좋다.


IMG_2885.jpg

보자마자 나비를 그렸다는 윤우 사진도 찍었다.


"윤우야~ 윤우가 그린 나비는 어디 있어?"

"... ..."

"쩡윤우! 이거야? 이거? 아니면 이거?"

선우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킨다.

"... ..."

"윤우 오늘 나비 그렸다며~? 윤우 나비는 어떤 걸까?"

"... ... 아 몰라아아아~"


그래...


아이들 데리러 가는 길이 두근두근 거린다.

오늘도 재밌었을까?

지금은 뭐 하고 있을까?

나와 눈이 마주쳐 뛰어나오는 아이 모습이 저절로 그려진다.

내일도 엄마가 데리러 갈게!

작가의 이전글아이 혼자 목욕시키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