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너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가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57.

by 안현진

그런데 왜 너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가. 너는 잘못된 견해가 사람들을 황달에 걸리게 하는 담즙이나 광견병에 걸리게 하는 바이러스보다 덜 해롭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57 중에서



“은서야~ 이거 어지르면 어떡해~ 엄마는 치우고 있는데~ 은서! 하지 마~!”

말하는 동시에 후회한다.

내 말이 상처됐으면 어쩌지, 삐죽거리다 울면 어쩌지, 스윽 눈치를 봤다.

잠깐 생각하는 듯하더니 은서가 덤덤하게 말한다.

“은서한테 화내지 마~”

나처럼 감정이 앞서 목소리가 커지거나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도 없이 제 할 말만 정확히 말하다니.

세 살 딸에게 배운다.

화를 내는 상황을 보면 내 마음이 편하지 않을 때가 많다.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건 내가 외부 상황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다.

잠이 부족해서 졸려서, 피곤해서, 기운 없어서, 아파서, 힘이 들어서와 같은 육체적 힘듦.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상처되는 말,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는 것과 같은 정신적 힘듦.

몸이든 정신이든 어느 것 하나 편하지 않으면 쉽게 짜증이 인다.

내가 안 좋다 해서 남한테까지 그 기분이 옮겨가서는 안 된다.

알면서도 아이들한테는 쉽게 화 내게 된다.

어떤 모습이라도 나를 받아 줄 거라는 믿음이 변질된 건지도 모른다.

내 곁에 가장 약한 존재들이 있다.

가정에서부터 이 존재들과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큰 내공을 쌓는 것과 다름없다.

수행의 길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아이를 키우며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만큼 큰 수행이 또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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