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12.
똑바로 서 있어라. 그렇지 않으면 우주의 본성이 나서서 너를 강제로 똑바로 세우려고 할 것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12
12월의 첫날, 새 다이어리를 썼다.
하루를 시간 단위로 계획해 보는 건 오랜만이다.
선우, 윤우가 3-4살 때 24시간을 쪼개어 계획하고, 뭘 했는지를 적던 때가 있었다.
연년생 아들을 키우면서 틈틈이 내 시간도, 성장도 챙기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어린 아들 둘과 복닥거리며 3개월쯤 이어갔을까.
어린이집에 가지 않아 언제 내 자유 시간이 생길지 모르는 아이들과 있으면서 시간 계획대로 움직인다는 건 불가능했다.
지켜지지 않는 계획 안에서 나는 예민해졌고 아이들에게 미안해졌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라는 현실 타격이 왔다.
최근까지도 그때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 24시간 별로 계획을 세우는 건 나랑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무리한 계획 안에서 무엇이 우선인지를 잊고 행동할까 봐 무서웠다.
하지만 내게 변화가 필요함을 인지하고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다.
적다 보니 자유롭게 쓰던 시간 안에 구멍이 숭숭 나 있음을 알게 됐다.
비워놓은 시간 안에 뭘 해야 할지 한참 머뭇거리는 날 보며 당황했다.
생각만 많았지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은서가 아직 어리니까.’라는 이유 뒤에 숨어 있었던 건 아닌지, 정말 내가 원한 게 뭐였는지, 그걸 이루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 반성과 동시에 계획을 세우는 시간이었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겨우 하루지만, 작심삼일이 될 수도 있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한다.
이제는 걱정과 머뭇거림보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 쌓아갈 차례다.
12월의 첫날, 2023년을 돌아보고 2024년을 계획하기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