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25.
우주를 주관하는 본성은 지금 존재하는 이것을 해체해서 그 질료로 다른 것을 만들고 저것을 해체해서 그 질료로 다른 것을 만들어서, 지금 네가 보고 있는 모든 것을 얼마 후에는 다 변화시켜 놓음으로써, 우주를 늘 젊게 할 것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25
저녁에 책을 읽던 윤우가 방에 있던 내게 찾아와서 얘기한다.
“엄마, 지구는 폭발이 일어나면서 생긴 먼지로 만들어졌대.”
“중력이 있어서 집도, 자동차도, 사람도 땅에 붙어 있는 거래.”
조금 있다가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다며 다시 찾아왔다.
“엄마, 지구는 둥근데 왜 바닥은 평평해?”
“엄마, 우리나라는 지도에서 보면 엄청 작은데 왜 엄청 커?”
나름의 설명을 했지만 그래도 이해가 안 간다며 배시시 웃는다.
선우는 책 제목에 있는 단어에 대해 잘 물어본다.
“엄마, 재판이 뭐야?”
“엄마, 심판이 뭐야?”
“엄마, 각시가 뭐야?”
그리고 책에서 읽은 이야기를 말하는 걸 좋아한다.
책 읽으며 묻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읽고 쓰는 데에도 변화가 필요하겠다.
더 재밌게, 더 깊게 책 속을 탐험할 수 있도록 이런저런 시도를 해 봐야겠다.
책에 대한 마음이 언제나 설레고 기쁜 존재로 남을 수 있게, 책과 함께 늘 젊은 생각을 가지며 살 수 있게.
김영하 작가가 기획 및 해설을 맡은 어린이 학습 만화가 나왔다.
《김영하의 세계문학 원정대》라는 문학 관련 책이라 내가 더 읽어보고 싶었다.
마침 도서관에 있어서 냉큼 빌려왔는데 들어가는 글에 쓰인 김영하 작가의 글이 좋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서점 바닥에 앉아 거기가 어딘지도 잊어버린 채 책에 코를 박고 있는 어린이들을 볼 때마다 언제나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이들은 지금 다른 세상에 가 있고 나름 엄청난 일들을 겪는 중이겠지만 겉으로는 조용하고 차분해 보입니다. 책 읽기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책을 읽는 아이들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이런 격렬한 고요를 잘 이해합니다. 또 그런 순간에 얼마나 큰 행복을 맛보고 있는 것인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 변화를 언어로 섬세하게 표현해 내는 작가를 보면 존경스럽다.
책의 세계로 들어서는 것은 이전의 나를 해체하고 변화시켜 놓는 신나는 모험이다.
독자이자 부모이자 글 쓰는 사람으로서 이것저것 재밌게 읽으며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