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24.
화난 표정은 본성을 아주 많이 거스르는 것이다. 그것이 자주 반복되어서 습관으로 굳어지면, 사람의 살아 있는 표정은 죽어가기 시작해서, 결국에는 완전히 죽어 버려서 되살릴 수 없게 된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24 중에서
어제 어머님이 두 번 오셨다.
어디 몸이 안 좋냐고, 아프냐고 물으셨다.
찾아오신 그때가 하필 컨디션이 안 좋고, 선우를 혼내고 있을 때였다.
몸과 감정을 다스릴 틈도 없이 마주해서 아픈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엉킨 기분은 더 꼬여버렸고, 오후 내내 무거운 마음으로 지냈다.
아이들도 일찍 자고, 나도 일찍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오질 않았다.
어서 자고 아침이 되면 좋겠다 생각했다.
누워 있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만 생각하고 자고 싶었다.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알람 소리에 깼다.
알람 소리가 반가웠다.
늦게 잤기에 곧바로 못 일어날 걸 예상하고 촘촘하게 시간을 맞춰두었다.
세 번째 알람에 드디어 몸을 일으켰다.
선우, 윤우가 자는 방을 한 번 둘러보고 거실 책상에 앉았다.
전날 밤 그렇게 기다리던 시간이었다.
일기를 쓰며 어제의 나를 되돌아보았다.
아프냐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부정적인 에너지를 풍기고 있었던 걸까.
나와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왜 그렇게 마음이 불편했을까 생각하다 오늘 필사 문장을 읽다가 알았다.
‘화난 표정은 본성을 아주 많이 거스르는 것이다 … 화내는 것이 이성을 거스르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제와 똑같은 시간대로 흘러가는 시간이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살게 되면 어떡하지 잠깐 엉뚱한 걱정을 했다.
어제와 똑같은 시간은 없는 법.
전날 일찍 잤던 은서가 일어나는 변수가 생겼다.
하던 일을 내려놓고 아이와 30분 동안 책을 읽었다.
아침을 준비하며 아이들을 깨우고 챙겨서 학교로 보내고 분주히 집을 치운다.
오늘 하루를 계획하면서 더 단순해져야겠다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해야 하는 루틴이 있듯이 내게도 중요한 루틴 몇 가지만 해 나가는 것으로 하루를 단순화시켜야겠다.
나머지는 몸과 마음을 챙기는 시간으로, 아이와 보내는 시간으로 여유 있게 확보해둬야 한다.
이성을 인간의 본성이라고 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관점에서 본성을 거스르지 않는 하루가 되길, 본성대로 지내는 평안한 하루가 되어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