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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위대한 사고를 지니고서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35.

by 안현진

“진정으로 위대한 사고를 지니고서 모든 시간과 모든 실재를 전체적으로 관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인생이 대단한 것으로 보일 것이라고 너는 생각하느냐.”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35 중에서



내가 속 좁게 느껴지고, 잘못하고 있다 여겨지고, 나쁘고 뾰족한 사람처럼 생각될 때.

누군가는 그게 가스라이팅이다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잘못은 네가 아니라 상대방에 있다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하기도 한다.

정말로 내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인지, 회피하고 있는 건지, 책 속의 글처럼 선을 그어야 할지 답답하다.

어느 쪽이든 내가 마음 수양이 부족하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죽음이 두려운 것도, 좁은 인간관계마저 힘들게 느끼는 것도, 외부 자극에 쉽게 흔들리는 것도 나의 부족함에서 비롯된다.

나를 지키는 방법은 읽기와 쓰기 안에 있다고 믿는다.

그 깊이가 더 내려가야만 고요와 평안이 찾아올 것 같다.

흔들리는 것은 뿌리가 있기 때문이다.

흔들리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흔들리는 것은 유연하다는 의미도 된다.

꼿꼿하게 서 있다가 꺾여서 돌아오지 못하는 게 아니라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유연함이 있다.

그 뿌리의 본모습이 한 송이 꽃일 수도, 거목으로 자랄 나무일 수도 있다.

꽃이든 나무든 제가 가진 본성대로 자라 날 작은 존재에게 필요한 건 물, 햇빛과 같은 양분이기도 하지만 흔들리면서 버텨내고 강해지게 만드는 바람이기도 하다.

아마도 나는 그 바람을 맞는 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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