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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잘못을 너그럽게 받아주는 것에서는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52.

by 안현진

경기장에서 자기와 맞붙은 사람을 쓰러뜨리는 일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너보다 더 나아도 괜찮지만, 공동체적인 정신이나 겸손함이나 온갖 상황과 환경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나 사람들의 잘못을 너그럽게 받아주는 것에서는 너보다 더 나아서는 안 된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52.



<고려거란전쟁>이 또 떠오른다.

몽진 길에서 돌아온 왕은 폐허가 된 개경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 한다.

그전에 전쟁에서 공을 세운 자들을 기리고 승격시킨다.

그런데 여기에는 성을 버리고 달아난 장수들도 섞여 있다.

벌을 줘야 한다는 신하의 말에 왕은 아무도 벌하지 않겠다고 한다.

자신도 개경을 버리고 도망갔는데 벌할 권리가 없다고, 딱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뿐이라고, 자신의 잘못을 가슴에 새기고 죽을 때까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할 거라고 말한다.

고려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신하들에게서 불만이 나온다.

자신이 살고자 성과 백성들을 버리고 도망간 장수와 관료들, 몽진 길에서 왕을 죽이려 하고 무례하게 군 사람들까지 용서한다니.

일반적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왕의 생각이 궁금했다.

몽진길에서 여러 어려움을 맞으며 왕은 다짐한다.

어떻게든 살아서 개경으로 돌아갈 거라고, 이 고난을 가슴에 새기고 반드시 이겨낼 거라고.

다음 화부터는 지방의 왕인 호족 세력들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고려의 기틀을 다지는 더 중요한 일에 힘쓰는 것일까.

《절제 수업》에서 읽었던 구절이 떠오른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이룬 경이로운 외적 성취는 알고 보면 내면의 노력에서 나온 것이다. 즉, 목표가 아니라 부산물이다.’

‘어떤 직업에서든 진정한 대가를 연구하다 보면 바로 이런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승리, 돈이나 명예 등 성공의 결과로 따라오는 것 대부분에 별 관심이 없다. 그들의 여정은 언제나 더 큰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그들은 경쟁자가 아닌 자신과 싸운다.’

두 차례의 전란을 극복하고 많은 업적을 남긴 현종도 더 큰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조금 전까지 꾸던 꿈을 생각해 보면 내가 신경 쓰고 스트레스받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걸 이겨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오늘의 문장은 타인의 잘못과 같은 사소한 것에 얽매여 있지 말고, 너의 그릇을 넓혀라.

더 큰 무엇을 향해 나아가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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