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25 중에서
네 육신을 이루고 있던 것들은 원소들로 해체되고, 너의 혼은 소멸되거나 다른 곳으로 이주해갈 것임을 기억하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25 중에서
아이들이 각자 노트북과 탭을 차지하고 영어 듣기를 한다.
슬그머니 일어나 자리를 피했다.
내가 있으면 은서도 있고, 옆에서 말을 하기에 영어 듣기에 방해가 된다.
안방으로 가서 이불 정리를 하는데 온수 매트가 켜져 있었다.
누가 다시 켠 모양이다.
이불을 가지런하게 펴면서 잠깐 고민했다.
들어갈까, 말까.
잠깐만 누워야지 생각하고 이불 속에 들어갔다.
뜨끈뜨끈. 몸이 녹는다.
그때 거실에서 듣기 중인 윤우가 은서에게 하지 말라고 소리친다.
은서를 급히 방으로 불렀다.
자기도 듣기 하고 싶다고 책을 가져온다.
오빠 끝나고 틀어주겠다 했다.
그전까지 엄마가 읽어주겠다고 함께 책을 봤다.
내용과 듣기엔 관심 없고 친구들이 들고 있는 가방에만 관심을 둔다.
"엄마는 어떤 가방 하고 싶어?"
빨간 가방 하나를 고르니 자기도 이거하고 싶다고, 그럼 같이 할까 묻는다.
그러다 "이건 뭐야?" 물으며 영어를 가리키는데 단어를 읽어주다 스르르 눈이 감겼다.
"엄마 잘 거야?"
처음엔 아니라고 했다가 두 번째 물음엔 응이라고 답했다.
은서 얼굴에 내 얼굴을 맞붙이고 아주 잠깐 편안했다.
이내 듣기가 끝난 아이들이 하나둘씩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제 TV를 틀겠다고 해서 나도 몸을 일으켜 침대를 빠져나왔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들고 TV 보는 아이들 뒤에 앉아 빨래를 갰다.
킥킥킥 웃으며 보는 삼 남매의 뒷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씨익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이런 게 행복이지.
몇십 년을 살다 갈지 모르지만 사는 동안은 인생이 길고도 짧게 느껴질 것이다.
육신은 사라져도 정신은 남는다는 것은 생전에 어떤 삶을 살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꼭 위대하거나 유명한 인물이 아니어도 저마다 다른 발자취를 세상에 남겨 놓고 떠난다.
세 아이를 키우고 글을 쓰며 사는 나는 어떤 흔적을 남기고 떠날 것인가.
며칠 전에 내 인생의 한 문장, 묘비명을 생각해 보라는 타로점이 나왔었다.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지 본질에 집중하며 살라는 메시지다.
평범한 일상을 살지만 씀으로써 특별해지는 일상을 산다.
나는 한 편의 시 같은 인생을 살다 가고 싶다.
어려운 시가 아니라 누가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투명한 시.
읽고 나면 빙긋이 웃게 되는 그런 시.
투명하게 읽히는 시처럼 내 일상도 거짓 없이, 순수하게 써 내려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러한 인생을 바지런히 쓰고 나누며 살고 싶다.
'삶이 글이 되고 글이 삶 자체인 사람 이곳에 잠들다'
내가 지은 묘비명이자 내 인생의 한 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