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리는 자유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29.

by 안현진


"나의 이 정신이 악한 것이나 욕망이나 동요를 일으키는 모든 것에 의해서 해를 입지 않도록 지킬 뿐만 아니라, 모든 것들의 진정한 본성을 있는 그대로 보고서 각각의 것들에 맞게 선용할 수 있는 힘이 내게 있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29 중에서



<로기완>을 봤다.

송중기가 나오고, 원작 소설이 있고, 올해 기대작이라는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 봤다.

탈북민 로기완이 삶의 희망을 가지고 온 벨기에에서 삶의 의미를 잃은 이마리를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다.

살아남는 것 외에는 사치가 되는 기완과 자신을 망침으로써 하루하루를 버티며 사는 마리.

내가 그들이었다면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살아갈 수 있었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용한 밤, 조금 전 봤던 영화 내용과 떠오르는 생각에 온 마음이 사로잡힌다.

그래서 금방 올라왔을 <고려 거란 전쟁>을 연이어 틀었다.

29화에서는 거란과의 마지막 전쟁을 준비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전쟁, 탈북민, 난민.

내가 화면으로 본 이들은 허구의 인물도 역사 속 인물도 아니다.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의 인물이다.

옆에서 자고 있는 은서를 바라봤다.

근심 하나 없는 편안한 얼굴이다.

언제든 떠날 수 있고 머무를 수 있는 자유.

먹고 자고 일하며 생계 위협을 받지 않는 안정감.

내가 누리는 자유가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누군가에겐 간절한 이 자유가 당연한 것이 아님을, 나를 무겁게 하는 고민들이 살아 있음으로써 얼마나 가벼워질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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