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4.
죄를 짓는 자는 자기 자신에게 죄를 짓는 것이고, 불의를 행하는 자는 자기 자신에게 불의를 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악하게 되고 해를 입게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4.
사람들이 학교로 계속 들어간다.
이번에는 동사무소가 아니라 학교 강당에 투표소가 마련되었다.
학교 운동장엔 축구하는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학교 앞 놀이터에도 아이들이 많다.
미끄럼틀을 타려고 올라가는 아이 곁엔 엄마가 바짝 붙어 있고, 벤치에는 여학생 두 명이 앉아서 얘기를 나눈다.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고, 학교 앞에 살다 보니 나의 초등학교생활은 어땠더라 자주 떠올려 보게 된다.
초등학생 때, 우리 남매에게 영향을 많이 끼쳤던 이웃집 남매 친구가 있었다.
같은 아파트, 같은 학교, 같은 반이었던 데다 남동생도 두 살 터울로 같았다.
집에 책도 많았고, 책을 많이 읽었던 친구는 그 나이에 비해 조숙했다.
나와 남동생이 비디오 대여점에서 파워레인저나 디즈니 만화를 빌려 볼 때, 친구는 외국 하이틴물과 히어로물을 빌려봤다.
그래서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스파이더맨>과 <금발이 너무해>를 봤었다.
친구네 집에서 책도 많이 빌려 읽었다.
동생과 엄마는 계속 교류를 이어가는데 나는 같은 반이었던 2, 3학년 때 잠깐 친하고 자연스레 멀어졌다.
나와 반대인 통통 튀는 성격도 있었지만 같이 있으면 이상한 불편함이 있었다.
직접적으로 보다 둘러서 기분 상하는 일이 많았다.
어린 마음에도 나를 깎아내리는 말과 행동은 알았던 거였다.
학창 시절, 주목받고 인기 있는 아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게 그 시절을 지나왔다.
겉으로 드러나는 존재감은 없었지만, 내 안에서는 나라는 존재감을 키워 나가느라 고군분투하는 시기였다.
누군가에게 상처 주고 해로운 대상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었음을 어른이 되어 알았다.
지금도 여전히 내게 해로운 것은 멀리하고, 나도 해로운 존재가 되지 않으려 한다.
어린 시절이 전부는 아니지만 지금의 내 모습에 큰 영향을 미쳤음은 분명하다.
타인에게 죄를 짓지 않는 것이 내게도 죄를 짓지 않는 길이다.
내게 떳떳할 수 있으면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도 함께 키워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