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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Apr 22. 2024

분노가 집어삼킨 사람의 모습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15.

사물들은 그들 자신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우리에게 보고하지도 못하는 상태로 우리의 문 밖에 그저 따로 서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누가 그 사물들에 대해서 우리에게 보고하는 것인가. 우리를 다스리는 이성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15.



도서관 로비에 있는 카페에선 시니어 바리스타 분들이 커피를 내려 주신다.

우리도 한 잔씩 사서 마신 뒤 밖으로 나왔다.

산 밑에 자리한 도서관은 벤치가 있는 곳도 숲 속에 있는 것 같다.

그 길을 따라 아이들과 내려오고 있었다.

벤치에는 할머니 두 분이 앉아 있었다.

그때 갑자기 욕을 하며 손뼉까지 쳐가며 언성이 높아졌다.

지나가는 사람들 시선이 자동으로 소리 나는 쪽으로 향했다.

돈을 빌리고 안 갚은 건지,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옆에 앉은 할머니는 얼마나 무안하고 수치스러울까.

도서관 사람 다 들으라는 듯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무슨 사연이기에 저토록 화가 나서 소리치는 걸까.  

묵묵히 듣고만 있는 할머니는 무슨 잘못을 했기에 그저 바라보면서 그 수모를 견디고 있었을까.

듣는 쪽이 바리스타 할머니였다.

화내는 할머니는 바리스타 일을 하는 것도 비난했다.


한 사람은 이성을 거의 잃은 상태였고 한 사람은 어떻게든 이성의 끈을 부여잡고 있는 듯했다.

잘잘못을 떠나 상대를 망신주기 위해 하는 행동이 스스로를 욕보이고 있었다.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짧은 순간 보고 들은 장면이지만 여전히 강렬하게 남아있다.

‘지독히 화가 날 때에는 인생이 얼마나 덧없는가를 생각해 보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한 말이다.

분노가 나를 집어삼키려 들 때면 인생의 덧없음을 생각하자.

그리고 분노가 집어삼킨 사람의 모습이 어떠했는지도 함께 떠오를 것 같다.

감정을 다스리는 일은 쉽지 않기에 그 사람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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