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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Apr 30. 2024

엄마로서 역할이 줄어들 날이 오면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23.

네 자신이 공동체를 완전하게 하는 구성부분인 것처럼, 너의 모든 행동도 공동체적인 삶을 완전하게 하는 구성부분이 되게 하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23 중에서



눈을 뜨면서 생각한다.

오늘 아침은 무얼 해 먹나.

어제 장 보고 왔는데 왜 먹을 게 없지, 선뜻 손 가는 게 없지… 매번 의아스럽다.

떡으로 대체할까? 그래도 밥을 먹여서 학교 보내야지 생각에 분주히 아침을 준비한다.

“얘들아~ 일어나~ 학교 가자~ 8시 다 돼 간다!”

식탁을 차리는 중간중간 몇 차례 반복되는 말이다.

눈을 비비고 앉은 아이들이 느릿느릿 밥을 먹기 시작한다.

“엄마, 어제 듣던 거부터 틀어줄 수 있어?”

해리포터 원서 책을 사면서 음원도 함께 받았다.

컴퓨터로 다운 받았기에 그걸 틀어줄 수 있냐는 거였다.

밥 먹고, 챙기고 하다 보면 30분도 못 들을 텐데 그냥 cd 틀면 안 되나… 했지만 곧바로 컴퓨터를 켰다.

10분이든 20분이든 듣고 싶은 거 듣는 게 좋은 거지.

같이 밥을 먹고 있는데 선우, 윤우 갑자기 웃는다.

왜 웃냐고 하니 조지와 프레드가 엄마 놀린 이야기를 들려준다.

밥 먹은 뒤 약 먹으러 오라고 불렀다.

아이들이 먹기 싫어하는 면역 제품도 챙겨 먹인 뒤 어서 양치하고 옷 입으라고 재촉했다.

까불까불 장난치던 두 아들은 아슬아슬하게 학교에 갔다.

일요일 밤, 선우 받아쓰기 연습하느라 거실 책상에 앉아 있었다.

내일 학교 갈 준비는 했느냐, 준비물은 없느냐고 물어보다 말했다.

“너희… 엄마 없어도 스스로 잘할 수 있겠어?”

아이들은 갑자기 엄마가 무슨 말을 하나 어리둥절하다.

“엄마가 일하러 가게 되면 집에 없을 수도 있잖아. 밥 먹고 학교 가고 숙제하고 매일 할 일 챙기고. 잘할 수 있겠어?”

두 아들은 자신 있게 그렇다 답한다.

“그래서 지금 배우고 있잖아~ 세탁기랑 건조기 돌리고 하는 것도~”

선우 말에 내심 놀랐다.

그래, 옆에 있으니 엄마가 하나하나 챙겨주는 거지 없으면 아이들이 알아서 또 잘할 테다.

아이들이 등교한 뒤 후다닥 집을 치웠다.

설거지, 청소기, 빨래 돌리기를 숨차도록 빠르게 해치운 뒤 얼른 책상 앞에 앉았다.

이때가 제일 좋다.

옆에서 은서는 그림을 그리고, 내가 읽을 신문에 색연필로 줄을 긋는다.

그린 그림을 보여주기도 하고, 책 읽어달라고 가져오기도 하고, 집안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논다.

이 집에서 엄마로서 역할이 줄어들 날이 오면 아이들은 얼마나 자라 있을까, 나는 그때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집도 작은 공동체다.

지금은 엄마, 아빠 역할이 공동체에서 크게 자리할 뿐 결국엔 구성원 각자가 제 몫을 하게 될 날이 온다.

중년, 노년에는 내가 남편을 편하게 해주고 싶다.

이 마음 실현할 날도 멀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우리 집이라는 공동체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내 역할을 충실히 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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