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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May 25. 2024

소란스러움 속 평화와 조용함 속 긴장감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2.

이성적인 것은 반드시 공동체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런 원칙들을 지키고, 쓸데없이 다른 일들에 분주하지 말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2 중에서



눈 떠보니 아침이다.

머리맡 침대 불은 켜져 있고 아래에 은서가 없다.

거실 불도 모두 켜져 있다.

아이들 방으로 가보니 은서가 선우 침대에서 같이 자고 있다.

CD는 돌아가고 책상 스탠드 불은 환하다.

어젯밤, 저녁 먹은 걸 치우고 침대에 온 뒤 그대로 자버렸다.

전날 밤 몇 시간 못 자고, 밖에서 보낸 시간이 길어 피곤했다.

아침에 새로 밥을 안치며 ‘아, 오늘 토요일이구나. 안 깨워도 되겠다.' 기뻐하며 내 방에 불을 켰다.

그때 은서가 일어나 나왔다.

어제 책 읽어달라는 말에 스르륵 눈을 감았던 터라 아침 책은 꼬박 읽어주었다.


늦잠 자도 되는 날엔 안 깨워도 일어난다.

세 아이 밥을 챙겨준 뒤 책상 앞에 앉았다.

요즘 중요하게 해결할 문제가 갑자기 생겼고, 잘 몰라서 하나씩 찾아보며 알아가고 해결해 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마무리될 일이지만 지금은 그 과정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어서 신경을 쏟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평온함의 범주에 들어가고, 혼자 시간을 보낼 땐 조급함과 예민함의 범주로 들어선다.


장난이 지나쳐 울고, 혼나고, 사과한 뒤에도 셋은 깔깔거리며 논다.

은서의 우렁찬 큰오빠, 작은오빠, 선우 오빠, 윤우 오빠 말에 내가 다 사르르 녹는다.

선우, 윤우는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아침부터 정신없는 거 보니 주말이 실감 난다.

아이들이 있는 곳이 소란스러움 속 평화라면 혼자 있는 이곳은 조용함 속 긴장감이 감돈다.

이러한 긴장감이 반갑진 않지만 도움이 되기도 한다.

사사로운 일과 감정은 배제하게 된다.

내게 더 중요한 일에 신경 쓰며 이번 주말이 잘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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