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17.
바르지 않은 일은 행하지를 말고, 참되지 않은 말은 하지를 말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17.
"엄마~ 축구화 아직 안 말랐어?"
등교하려고 신발장 앞에 선 윤우가 말한다.
"어제 빨아서 널어놨는데 당연히 안 말랐지. 그냥 검정 운동화 신고 가~"
"아아~ 이거 끈 풀리는데!"
아직 끈을 묶지 못하는 윤우는 찍찍이로 된 축구화 신는 걸 좋아한다.
현재 시간이 8시 30분인 데다가 축구화만 고집하며 툴툴거리는 모습에 발끈해서 말했다.
"끈 묶는 걸 배워! 언제까지 끈 없는 운동화만 신고 다닐래!"
엄마한테 한 소리 들은 윤우는 입을 샐쭉거리더니 쌩 나가버린다.
평소엔 밝고 씩씩하게 "엄마 갔다 올게!" 인사하며 나갔다.
뒷베란다로 아이들이 길 건너가는 모습을 봤다.
'월요일 아침인데… 좀 더 상냥하게 말해줄 수도 있었잖아. 끈이 자꾸 풀리니까 싫겠지. 나도 끈 묶기까지 어려웠었는데….'
아침에 아이를 그렇게 보내고 나니 마음이 불편했다.
말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 이러나. 이렇게밖에 말 못 하나. 자괴감이 들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도 말과 행동에 대한 후회만 맴돌았다.
유튜브에 들어갔다.
내 마음을 어떻게 아는지 최민준 작가의 영상들이 주루룩 떠 있었다.
그중 <아들이 11살 전이면 꼭 보세요. 이것 모른 채로 11살 넘어가면 갑자기 힘들어져요.>를 봤다.
아이가 어릴 때 엄마가 쥐고 있던 전권을 하나씩 하나씩 아이에게 넘겨주는 게 사춘기라고 한다.
어렸을 때는 훈육을 잘하고 커서는 잘 놓아줘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 아들들은 엄마 말을 잘 따라와 주는 것도, 내가 가르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너를 믿는다는 말이 더 듣고 싶을 나이가 오고 있다.
둘째는 아침에 나가면 저녁이 되어야 볼 수 있다.
어두워져서도 축구하고 노느라 안 들어온다.
일찍이 할 일을 끝내놓고 자유로워지는 선우와 노는 게 먼저인 윤우는 다르다.
씻고 저녁 먹고 숙제를 포함한 루틴들을 하다 보면 저녁 티브이를 못 볼 때가 많다.
그걸 포기하고서라도 놀고 오는 것이니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래도 끝까지 제 할 일은 다 해놓고 잔다.
바른 행동과 참된 말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중요하다.
특히 아이는 부모의 언어로 자란다고 하지 않나.
그걸 알면서도 안 될 때가 많다.
사춘기 자녀에 대한 고민은 아직 먼 얘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점점 내 얘기로 다가오고 있다.
자녀만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게 아니라 부모도 자녀로부터 독립한다.
서로가 서로에게서 잘 독립하는 그날까지 부모로서의 자기 성찰은 끝이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