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청소기와 글쓰기

《논어》, 공자_제1편 학이(學而) 6.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젊은이들은 집에 들어가서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나가서는 어른들을 공경하며, 말과 행동을 삼가하고 신의를 지키며,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 어진 사람과 가까이 지내야 한다. 이렇게 행하고서 남은 힘이 있으면 그 힘으로 글을 배우는 것이다.”


-《논어》, 공자_제1편 학이(學而) 6.



“충전을 시작합니다.”

“복귀합니다.”

"장애물을 지나갑니다."


최근 우리 집에 식구가 하나 더 늘었다.

말하는 로봇 청소기는 살아 있는 생명체 같다.

위이잉 청소를 하면서 혼잣말을 하기에 귀를 쫑긋한다.

"방금 뭐라고 말했지?"

"뭐? 벌써 복귀한다고? 아직 여기 안 됐는데?!"

로봇 청소기의 변화는 꽤 크다.

청소기를 돌리려면 바닥에 떨어진 게 없어야 하니 자연스레 정리가 된다.

깨끗함을 유지하고 싶어 치우고, 로봇 청소기를 돌리고 싶어 또 치우게 된다.

유선 청소기에서 무선 청소기로 넘어갈 때의 변화처럼 작지만 큰 변화가 이번에도 확실히 있었다.

깨끗한 물을 채우고, 더러운 물은 비워주고, 문턱에 걸려 뱅글뱅글 돌고 있거나 청소해야 할 곳이 더 있으면 재작동을 시켜줘야 한다.

사람 손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얘랑 오래 같이 살고 싶어!" 할 정도로 만족스럽다.

작동 버튼만 누르면 물을 충전하고 집에서 나온다.

현재 위치를 인식하며 잠깐 숨 고르기를 한 뒤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청소하다가 충전이 필요하면 알아서 충전을 위해 복귀하겠다고 말한다.


로봇 청소기가 동작만 누르면 청소를 시작하듯 나도 글 써야지 마음먹었을 때 곧바로 써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생각하고 쓰고 지우고, 다시 생각하고 쓰고 지우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한 끝에 글 한 편을 완성한다.

그러고 나면 다시 쓰기까지 채워질 시간이 필요하다.

청소기처럼 충전이 되었다고 두세 시간 후에 곧바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어떤 경험, 느낌, 생각으로 채워져야만 쓸 수 있다.


“젊은이들은 집에 들어가서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나가서는 어른들을 공경하며, 말과 행동을 삼가고 신의를 지키며,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 어진 사람과 가까이 지내야 한다. 이렇게 행하고서 남은 힘이 있으면 그 힘으로 글을 배우는 것이다.”

공자가 이렇게 말한 것도 비슷한 의미라 생각한다.

글만 1순위에 둔다고 해서 뚝딱뚝딱 써지는 게 아니다.

먼저 삶이 있어야 쓸 수 있다.

좋은 글에는 삶이 묻어나고, 좋은 글을 쓰고 싶으니 잘 살고 싶어 진다.

글쓰기의 선순환이다.

뭐라도 쓰기 위해 외출을 하고, 이 상황을 언제라도 쓸 수 있게끔 글감으로 수집해 둔다.

생활 반경이 넓고 인풋이 다양하면 쓸 수 있는 글도 그만큼 넓고 다양해질 것이다.

지금은 더 욕심부리지 않고 내가 있는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인풋을 주며 계속 써 나간다.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고 싶은 이유도 미래의 나를 위해서다.

우물 밖 세상으로 나갈 날은 언제고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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