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1편 학이(學而) 7.
자하가 말하였다. “어진 이를 어진 이로 대하기를 마치 여색을 좋아하듯이 하고, 부모를 섬길 때는 자신의 힘을 다할 수 있으며, 임금을 섬길 때는 자신의 몸을 다 바칠 수 있고, 벗과 사귈 때는 언행에 믿음이 있다면, 비록 배운 게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반드시 그를 배운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논어》, 공자_제1편 학이(學而) 7.
타닥타닥.
스페이스바를 세게 두 번 쳤다.
까맣게 꺼진 화면을 다시 켜기 위해서다.
그때 옆에 있던 은서가 말했다.
“왜? 안 써져?”
그동안 글 안 써진다고 얼마나 말했으면… 아이 입에서 나온 말이 민망하기도 하고 정신이 번뜩 들기도 했다.
시무룩하게 “응.”이라고 답하는 내게 다시 말한다.
“잘 써지는데?”
“음…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
옆에서 알람 시계를 가지고 놀던 딸이 무심히 말한다.
“생각해 봐~”
그래, 글은 써지는 게 아니라 쓰는 건데 머리로 생각만 하고 손은 게으르게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뭐라도 쓰자는 마음으로 한 자 두 자 두드리니 답답함이 조금 가라앉는다.
선우, 윤우가 잘 자, 잘게 인사하며 하나둘씩 방으로 들어간다.
“우리도 빨리 쓰고 자자~”
먼저 들어가라 해도 엄마 옆에 앉아 있던 은서가 말했다.
엄마도 그러고 싶은데….
혼잣말과 질문을 반복하던 딸이 갑자기 2주 전 일을 얘기한다.
“엄마, 저번에 엄마 강의 듣고 할머니랑 공원에 갔을 때… 좀 무서웠어. 찻길도 있고, 처음 가보는데 엄마가 없어서… 무서웠어.”
마지막 수업이 있던 날, 남편도 멀리 강의를 가야 해서 친정엄마가 은서를 봐줬던 날이었다.
집 앞 공원 길도 가고, 놀이터도 가면서 재밌게 논 줄만 알았는데… 엄마 없는 빈자리가 조금 낯설고 무서웠었나 보다.
그랬냐고 짠하게 바라보니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은서가 혼잣말인 듯 다시 말한다.
“왜 갑자기 눈물이 나오지?”
눈가가 촉촉해져선 멋쩍게 웃는다.
남편은 집에 있을 때 나와 은서가 대화하는 걸 보면 하나도 안 심심하겠다고 웃는다.
주위 사람들도 엄마랑 대화가 된다며 신기해한다.
나도 은서와의 대화가 신기하고 재밌다.
도무지 네 살 같지가 않다.
오늘도 아이들 방과 후 축구 수업을 보러 갔다.
선우, 윤우가 운동장에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는 게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저녁 먹으면서도, 저녁 먹은 후에도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다.
학교생활, 수업, 친구와 있었던 일, 축구 교실….
아이들과의 대화에서도 배우고 느끼는 점이 많다.
오랜만에 받아쓰기 100점을 받고 선생님께 막대사탕을 받았는데 좋아하는 친구에게 준 윤우, 말하지 않아도 제 할 일은 스스로 착실히 하는 선우, 감정을 말로 잘 표현하는 은서.
아이들이 크면 클수록 더 좋은 벗이 될 것 같다.
어질고 사랑스러운 꼬마 벗들과 함께한 하루가 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