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과 확신

《논어》, 공자_제1편 학이(學而) 15.

by 안현진

자공이 말하였다. “시경에서 말하기를 ‘칼로 자르는 듯, 줄로 가는 듯, 정으로 쪼는 듯, 숫돌로 광을 내는 듯하도다.’라고 하였는데 이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야, 비로소 더불어 시를 이야기할 만하구나! 지나간 일을 말해 주니 알려주지 않은 것까지 아는구나.”


-《논어》, 공자_제1편 학이(學而) 15 중에서



스승이 하나를 알려주었는데 제자가 더 앞을 내다보았을 때, 얼마나 뿌듯할까.


나는 이해가 느린 편이다.

학교 다닐 때, 다른 친구들보다 배로 노력해야만 겨우 평균을 따라갔다.

공부 요령이 없었는지, 기초가 약해서였는지는 모르지만 스스로 그 차이를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뭘 그렇게까지 해.’ 할 만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꾀부리지 않고 착실히 학교에 다녔다.

수험생 때 성적이 크게 오르진 못하더라도 현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끌어올려 보려고 노력했다.

성적은 수포자와 다르지 않아도 수포자라는 말이 싫어 수학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우리 학교는 간호사 국가고시 합격률이 높았다.

공부한 사람이면 다 붙는다는 말이 있었지만, 혹시나 내가 떨어지는 그 몇 명 안에 들어갈까 봐 조금의 게으름도 부릴 수가 없었다.

수능 공부할 때보다 더 열심히 했다.


부산에서 시험을 쳤기에 대학에서 버스를 대절해 전날 내려간다.

하룻밤 자고 다음 날 전교생이 시험장으로 이동했다.

일부러 밤새워서 공부하지도, 시험도 치기 전에 끝났다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일찍 잤다.

시험 결과는 이미 내 손을 떠났으므로 그동안 공부했던 시간을 믿기로 했다.

푹 잔 덕분인지 컨디션이 최고였다.

머리가 개운했다.


오돌오돌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시험지를 받았다.

헷갈리는 문제가 있어도 답이 눈에 보이는 게 신기했다.

시험이 끝나고 합격은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격 커트라인만 넘으면 되기에 성적은 큰 의미가 없다.

합격선을 겨우 걸치거나 중간이거나 높은 점수여도 합격만 하면 되는데도 꾀를 부릴 수 없었던 것은 나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두 번의 큰 시험을 준비하면서 내가 보인 태도는 나를 더 신뢰하고 좋아하게 만들었다.


내가 만약 공자처럼 훌륭한 스승의 수많은 제자 중 한 사람이었다면, 《논어》에 실릴 만큼 뛰어난 제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스승의 가르침을 평생 공부하고 실천했을 거라는 점이다.

글 분야에서 한강 작가처럼 대단한 업적을 남기는 사람이 될 수 없어도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조용히, 꾸준히, 평생 써 나갈 거라는 확신만큼은 가지고 있다.

내가 가진 강점은 꾸준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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