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님 말씀과 글쓰기

《논어》, 공자_제2편 위정(爲政) 7.

by 안현진

자유가 효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요즘의 효라는 것은 부모를 물질적으로 봉양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개나 말조차도 모두 먹여 살리기는 하는 것이니, 공경하지 않는다면 짐승과 무엇으로 구별하겠는가?”


-《논어》, 공자_제2편 위정(爲政) 7.



누구나 할 수 있는 말과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을 '공자님 말씀'이라고 비유해 말한다.

공자님 말씀은 옳고, 당연한 얘기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명상록》 필사가 쉬웠던 건 아니지만 《논어》 필사가 참 어렵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공자님 말씀'이라서 그런 것 같다.

당연한 얘기 속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글에 담으려 하니 쉽지 않다.


효에 대해서 나오고 있는 요즘에는 필사할 때마다 뜨끔뜨끔한다.

오늘만 해도 '나는 부모님을 공경하는가?'라는 물음 앞에서 자신이 없다.

자신 없는 답변에 손은 더욱 무겁기만 하다.

오늘 이 질문을 피해 가면 내일 또다시 나오고, 이제는 이 주제가 안 나오겠지 해도 다른 주제로 쿡쿡 찌르거나 중간중간 튀어나올 것이다.


얼마 전, 《논어》를 필사한 뒤 그날 글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몰라 막막해했을 때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

그때 옆에 있던 은서가 말했다.

"생각해 봐~"

글이란 게 단순하고 명쾌하게 탁 써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서 더 좋아하는 걸 수도 있다.

생각이 만족스러운 표현으로 써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 자 한 자 쓴 글을 지웠다가 고치고, 또 고쳐가며 완성하는 것이기에 그 재미를 잃을 수 없다.


부모님을 공경하라는 공자님 말씀을 처음 적었던 아침에는 글의 방향이 이렇게 흘러가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오늘은 어떤 글을 쓰게 될까?

필사하기에 앞서 기대에 찬 두근거림이 있다.

공자님 말씀대로 사는 것은 지향하지만 공자님 말씀처럼 글을 쓰는 것은 지양한다.

오늘도 좋은 말씀과 함께 이렇게 나만의 글을 차곡차곡 쌓아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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