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조카에게 체스를 배운 삼촌

《논어》, 공자_제2편 위정(爲政) 16.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이단을 공부하는 것은 해로울 뿐이다.”


-《논어》, 공자_제2편 위정(爲政) 16.



남동생이 엄마의 김장 김치를 들고 왔다.

“저번에 왔을 때랑 집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여름에 왔을 때랑 별로 달라진 것도 없는데 오랜만에 온 동생은 다르다 한다.

로봇 청소기가 돌아다니느라 깨끗한 바닥과 먼지 쌓여가는 오락기 게임을 차이점으로 보았다.

특히 게임을 하지 않는 게 크다고 했다.

자신마저 도파민 디톡스가 되는 것 같다고 말하며 체스를 배우겠다고 나섰다.

아이들은 룰을 설명해 주고, 번갈아가며 삼촌과 대결을 펼쳤다.

삼촌에게 너무 알려주지 마라, 알려준 거 아니다, 삼촌은 초보지 않냐, 그렇다고 다 알려주냐 소리치면서 경쟁심이 과열되었다.

룰을 따라가기도 빠듯한 동생은 어차피 진다 생각하고 룰을 떠올리며 천천히 말을 옮겼다.

“삼촌! 나랑 열 판 하고 가요!”

동생은 선우, 윤우 각각 두 판씩 네 번의 게임을 하는 동안 룰을 완전히 다 익혔다.

배워보려고 그렇게 애쓰던 체스였는데 오늘에서야 완전히 이해했다고 기뻐했다.

너희 바둑도 둘 줄 아냐며 다음에 올 땐 삼촌에게 바둑을 가르쳐 달라 한다.


배움에는 위아래가 없다.

체스도 체스지만 가르쳐 주는 태도에서 아이들에게 또 배운다.

아이들은 자신의 눈높이에서 쉽게 설명해 준다.

이해 못 해서 묻고 또 물어도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계속 알려준다.

나도 느꼈던 점을 동생도 느꼈던 것이다.

윤우는 오늘 가르쳐 주었는데 자신을 두 번 다 이긴 삼촌이 잘한다고, 고수인 것 같다고 일기장에 적었다.

시무룩한듯하지만 하나도 안 시무룩해 보여서 물어보았다.

“윤우야, 삼촌이 오늘 너 이겨서 기분이 어땠어?”

엄마 질문에 선우, 윤우는 너무하다며 푸하하하 웃음을 터트린다.

“슬프지만 제대로 배운 것 같아서 기뻤어. 생각을 해보라는 말에 삼촌이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내가 졌어~ 우엥~”

장난스럽지만 진심으로 말하는 아들이 귀여웠다.

윤우의 장점인 유쾌함을 엄마인 나도 보고 배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배워서 남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