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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자식 관계에서 아는 것

《논어》, 공자_제2편 위정(爲政) 17.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유야! 너에게 안다는 것에 대해 가르쳐 주랴?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


-《논어》, 공자_제2편 위정(爲政) 17.



“선우야, 너는 네가 이건 정확히 안다, 이건 모른다 하는 걸 아니?”

“알지.”

“애매하게 아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것 같기도 한데… 하는 것도 있었어? 그럴 땐 어떻게 해?”

“다시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고, 한 번 풀어보고, 한 번 해보고 안되면.. 계속해. 노력을 해.”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라고.

그 옛날 공자님은 메타 인지에 대해 정확히 알고 계셨던 것이다.


선우는 지난주 3학년 2학기 수학 문제집을 다 풀고 아빠에게 레고를 선물 받았다.

서점에서 책 구경 하다가 수학이 약한 윤우 문제집을 한 권 샀었다.

핀란드 국립교육과정이 반영되어 있고, 알록달록 컬러판에 생각이 필요한 서술형 문제가 있는 게 일반 수학 문제집과는 달라 보였다.

이거 다 풀면 원하는 골키퍼 장갑을 사주겠노라 약속했었는데, 삼촌이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줘 버렸다.

그전부터 매일 한 장씩 스스로 푸는 것도 잘되지 않았다.

오히려 선우가 자기도 수학 문제집을 풀고 싶다고 말해서 사주게 되었다.

마트에 갔다가 레고를 갖고 싶어 하기에 남편은 선우와 문제집을 두고 레고 보상을 걸었다.

목적의식이 뚜렷하고 규칙적인 선우는 하루 한 장씩, 어느 날은 몇 장씩 착착착 문제집을 풀어나갔다.


“오늘은 어떤 재밌는 일이 있었어?”

5교시 마치고 집에 온 선우에게 물었다.

재밌는 게 많았었다고, 수업과 친구들과의 에피소드를 줄줄 얘기하는 아이를 보는데 미소가 지어졌다.

윤우는 학교 마치고 곧바로 나가기 위해 아침 일찍 할 일을 다 해놓았다.

친구들과 한창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선우는 집에서 간식도 먹고, 책도 보고, 레고도 만지며 논 다음에 느긋하게 나간다.


한때, [나의 전공과목 : 정선우, 정윤우]라고 써서 냉장고에 붙여둔 적이 있다.

누구보다 내 아이를 잘 알고, 공부하고, 촉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할 대상임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나보다 나를 잘 아는 이는 없으므로 엄마로서 자식을 아는 것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부모 자식 관계에서 이 하나만큼은 내가 아는 것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너희 덕분에 엄마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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