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2편 위정(爲政) 18.
자장이 출세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많은 것을 듣되 의심스러운 부분은 빼놓고 그 나머지를 조심스럽게 말하면 허물이 적다. 또한 많은 것을 보되 위태로운 것을 빼놓고 그 나머지를 조심스레 행하면 후회하는 일이 적을 것이다. 말에 허물이 적고 행동에 후회가 적으면 출세는 자연히 이루어진다.”
-《논어》, 공자_제2편 위정(爲政) 18.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면 듣는 것만으로도 재밌다.
나는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주로 혼자 활동을 하다 보니 크게 얘기할 거리가 없다.
친구들은 매일 직장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온갖 일을 겪기에 할 이야기가 산더미다.
푹 빠져 듣다 보면 시간이 부족하다.
한 번은 그 자리에 같이 있었던 남편이 말했다.
“현진아, 너는 별로 얘기도 안 하고 듣고만 있던데~”
동기 네 명이 모이면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둘씩 나눠진다.
친구 얘기에 맞장구치고, 공감하고, 귀 기울여 듣는 것도 말하는 것과 같다.
말을 하고 싶어서 들썩들썩하는 경우는 잘 없는데 친구들과 있으면 그래도 평소보다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이번 스피치 낭독반 수업을 들으면서도 느꼈다.
말을 잘하는 것은 잘 듣는 것과 같다.
내가 말하고 싶어 할 때를 보면 그 자리가 편하고, 상대방이 내 말을 잘 들어줄 때다.
남편 친구 중에 아직도 내게 존댓말을 쓰는 오빠가 있다.
편하게 얘기하라고 해도 끝까지 말을 놓지 않고, 작가님이라 부른다.
내게 궁금한 게 무엇이 그리 많은지 한 번씩 만날 때마다 이것저것 묻는다.
나에 대한 질문을 잘 받아보지 않아서 당황스러우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만남이 된다.
답을 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고, 돌아서서 그 질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말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집중해서 듣고, 깊은 공감과 반응을 해준다.
환자의 얘기도 그렇게 따뜻하게 들어주고, 반응해 주는 의사일 것이다.
‘듣는 것은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느끼게 만드는 사람이다.
공자님이 “말에 허물이 적고 행동에 후회가 적으면 출세는 자연히 이루어진다.”라고 말씀하셨다.
출세까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그게 출세가 아니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