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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를 다하는 태도

《논어》, 공자_제3편 팔일(八佾) 10.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체 제사를 지낼 때, 술을 땅에 부으며 신의 강림을 청하는 절차 이후는, 나는 보고 싶지 않다."


-《논어》, 공자_제3편 팔일(八佾) 10.



눈꺼풀이 스르륵 감겼다.

"엄마 자?"

옆에서 놀던 딸이 묻기에 졸리다고 말했다.

"엄마는 왜 자꾸자꾸 잠이 오는 거야! 엄마는 하루 종일 자잖아~"

"엄마가 언제… 하루 종일 잤다고…."

"자는 거 그런 거 싫다고!"

"왜?"

"아무도 없고 그래~ 아빠는 일하러 가고 오빠는 학교 가고 엄마는 자고 나는 혼자 있잖아~!"

"아니… 엄마가 밤에 늦게 자서 그래… 글 쓰느라구…."

똑 부러지는 아이 말에 머쓱해졌다.

늦게 자는 것도 맞고, 글 쓰는 것도 맞고, 그래서 낮에 조는 것도 맞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혼자 남는 저녁 시간이 좀처럼 포기되지 않는다.

늦게 자면서 일어나는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낮에 졸릴 수밖에 없다.

은서랑 단둘이 있는데 깜빡 잠들었다 눈을 뜨면 옆에서 혼자 놀고 있다.

그때마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잘 노는 줄만 알았는데 혼자 남겨지는 기분이 들게 했다니… 미안함만 앞섰다.


아이와 종일 함께 있으면서 얼마나 성의 있게 대했었나,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아이가 천천히 컸으면 좋겠다는 건 분명한데 그 과정에서 후회를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을까.

지금도 못 자게 방해한다는 이유로 오빠방에서 쫓겨나 내 곁에서 종알종알 혼잣말하며 놀고 있다.

이것 보라며 말을 걸고, 뭘 해달라고 요구하고, 책 읽어 달라고 가져온다.

안 된다고 거절하기도 하고, 잠깐만 하며 기다리게도 했다.

대답은 하지만 다른 생각을 하거나 다른 곳을 보며 말할 때도 많았다.


성의를 다하는 태도.

내가 적용할 수 있는 실천이 무엇이 있을까.

아이와 시간을 보낼 때, 온전히 교감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귀 기울이기.

식사를 차릴 때, 단순히 엄마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표현하는 기회로 삼기.

이 글을 쓰는 지금, 옆에서 놀고 있던 딸이 갑자기 말한다.

"빨리 자고 아침 되면 좋겠다."

"왜?"

"왜냐면 밥도 맛있고, 물은 시원하고, 숟가락으로 떠먹고 포크로 찍어 먹는 거. 또, 해님이 짱짱 나오라고~"

아침 먹을 생각만으로도 행복한 아이를 위해 일찍 자러 가야겠다.

밤의 즐거움을 새벽의 고요함으로 돌려야겠다.

아침 맛있는 거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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