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3편 팔일(八佾) 23.
공자께서 노나라의 태사에게 음악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음악은 배워 둘 만한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여러 소리가 합하여지고, 이어서 소리가 풀려 나오면서 조화를 이루며 음이 분명해지면서 끊임이 없이 이어져 한 곡이 완성되는 것이다.”
-《논어》, 공자_제3편 팔일(八佾) 23.
흔히 악기 하나는 배워두는 게 좋다고 말한다.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없다.
어릴 적 배운 피아노를 조금 칠 줄 아는 게 다이다.
악보를 보고 더듬더듬 치는 정도다.
비록 쉬운 곡이지만 악보를 보며 둥당거리다 보면 손끝에서 음악이 나오는 게 신기하고 재밌다.
각기 다른 음정들이 조화를 이뤄 하나의 곡을 만들어 낸다.
일기를 쓰다 보면 이 얘기하다가 갑자기 저 얘기하고, 다시 이 얘기, 저 얘기하며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끝에 다다르면 하나의 메시지가 나오는데 연관이 없어 보였던 내용들이 이 메시지로 이어진다.
쓰면서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하나로 모이고 정리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필사와 글쓰기도 내 생각을 가지런히 정리해 보는 시간이다.
문장을 읽고 쓰고 생각하며 한 편의 글로 나오기까지 계속 다듬어 나간다.
하루도 그렇다.
방학의 좋은 점은 시간에 여유가 생기는 것이지만 밥때가 무서울 정도로 빨리 찾아온다.
조금 전에 먹고 치우고 이제 뭔가 해 보려고 하는데 “엄마, 배고파~” 한다.
“뭐어?! 벌써?!”
아이들과의 북적거림 속에 언성이 높아지고 힘이 빠질 때도 있지만 웃을 때가 더 많다.
시간이 부족하다며 홀로 발 동동 구르지만 어찌어찌하게 된다.
자기 전 하루를 되돌아보면 따로 노는 듯한 행동이 모두 ‘나’로 이어진다.
밥 챙기는 엄마, 아이들 공부 챙기는 엄마, 아이들과 대화하며 장난치는 엄마,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선생님, 매일 읽고 쓰는 나….
이게 무슨 음표지? 모를 때는 어울리는 음으로 이것저것 맞춰서 눌러본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지만 비슷하게 조화로운 음을 찾는다.
살면서 생기는 여러 일을 음표 하나로 여기고 하나씩 두드려 나가다 보면 삶이라는 아름다운 연주가 완성된다.
오늘 아침, 나오기 싫은 이불속을 박차고 나오는 것부터 첫 건반을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