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3편 팔일(八佾) 26.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윗자리에 있으면서 너그럽지 않고, 예를 실천하는 데 공경스럽지 않으며, 상을 당하여 슬퍼하지 않는다면, 내가 무엇으로 그 사람을 인정해 주겠는가?"
-《논어》, 공자_제3편 팔일(八佾) 26.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봤다.
주인공 히라야마는 도쿄 시부야의 공중 화장실을 청소하는 중년 남성이다.
그는 혼자 살며 단조롭고 아날로그적인 일상을 반복한다.
매일 아침 길거리를 쓰는 할머니 소리에 눈을 뜨고, 이불을 개고, 화분에 물을 주고, 간단히 세수와 면도를 한 후 나온다.
집 앞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하나 뽑아 올드 팝송 테이프를 골라 튼 후 직장으로 출발한다.
다마스 같은 작고 낡은 파란색 차를 몰고 공중화장실로 간 그는 꼼꼼하고 세심하게 청소한다.
영화는 화장실 청소하는 모습을 감탄할 정도로 자세히 보여준다.
점심은 편의점에서 산 빵과 우유로 늘 앉는 벤치에 서 먹는다.
그리고 필름 카메라로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찍는다.
청소 일이 끝난 후에는 자전거를 타고 목욕탕에 가고, 늘 가는 지하철 안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
헌책방에서 책을 사고, 코인 세탁소에 가 빨래를 돌리고, 단골 술집에 가서 사람 사는 얘기를 듣고, 책 읽다가 잠드는 그의 일상이 행복해 보였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좋아하는 여자, 소원한 조카, 단골 술집의 전 남편을 만나며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사람들이 무시하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피하는 일도 장인 정신으로 임하는 모습, '다음은 다음, 지금은 지금'이라며 현실을 충실히 살아가는 모습, 소소한 일상에서 작은 행복으로 꽉 채운 히라야마의 하루가 그 자체로 충만해 보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조용히 공부방으로 온다.
제일 먼저 책꽂이에서 《논어》를 뽑아 들고 앉는다.
'오늘 문장은 뭘까?' 궁금해하며 펼친다.
공자가 윗사람에 대해 '내가 무엇으로 그 사람을 인정해 주겠는가?'라고 물었다.
자기 전 봤던 <퍼펙트 데이즈>를 떠올리며 삶을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했다.
히라야마 같은 어른과 친구가 되고 싶다.
그의 조카처럼 삼촌이 청소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같이 벤치에 앉아 빵과 우유를 먹으며 나무 햇살을 필름 카메라로 찍고, 책 얘기를 나누며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느끼고 배울 점이 많은 어른.
그런 어른이 되고 싶기도 하다.
삶이 아름다운 이유는 삶 속에 무수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느끼며 살기 때문이다.
나는 아름다운 삶을 만끽하며 살고 있는가.
영화와 필사를 통해 묻고 생각해 보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