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4편 리인(里仁) 3.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오직 인한 사람만이 남을 좋아할 수도 있고, 남을 미워할 수도 있다.”
-《논어》, 공자_제4편 리인(里仁) 3.
북적거리던 명절이 끝났다.
어제 친정에 넘어온 후 남편은 출근 때문에 먼저 가고, 나는 아이들과 남았다.
이른 아침, 가만히 누워 있는데 전날 생각이 났다.
오랜만에 동생 부부도 같이 보고, 올케에게 생일 선물이라고 시집을 두 권 받았다.
선우, 윤우는 아침부터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들다가 결국 아빠에게 크게 혼나고 말았다.
밖에 불려 나가 얼마나 혼났는지는 몰라도 할머니 손에 이끌려온 아이들은 훌쩍거렸다.
저녁 먹던 자리였기에 눈물의 떡국이 되었다.
저녁상을 치운 자리에서 선우는 그대로 잠이 들고, 윤우는 풀 죽은 채 앉아 있다가 외숙모와 놀고 같이 차 마시면서 금세 회복이 되었다.
저렇게 애들 상대하고 가면 녹초가 될 텐데… 알기에 더 미안하고 고마웠다.
이불 펴고 누우니 방에 자던 선우가 나왔다.
중간중간 깼을 때 보니 그때마다 선우도 깨어 있었다.
12시가 갓 넘었던 시각이었는데….
“선우야 자….” 하고 나도 잠이 들었다.
허리도 아프고 옆에 자던 은서 몸부림에 눈을 떴다.
6시였다.
눈 뜨니 선우는 자고, 윤우가 일어났다.
바나나 하나씩 먹고 다시 누웠다.
따뜻한 거실에 엎드려 부엌 불에 비친 식탁의자 그림자를 가만히 바라봤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겐 유년 시절이 어떻게 기억될까.
어제 남동생이 내복 바람으로 쫓겨났던 얘기를 하며 웃었는데 아이들도 먼 훗날 부모에게 혼난 일을 웃으며 말하게 될까.
이제는 아이로서가 아니라 어른으로서 누군가의 기억이 된다.
어제 남동생이 잠깐 둘만 있을 때 명절 잘 보냈냐고 물었다.
“나는… 결혼하고 명절이 좋았던 적이 없어….”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워서였는데 지날수록 미안함의 무게가 컸다.
나도 시누이와 올케, 외숙모와 조카 관계가 양쪽으로 맺어진다.
어려운 시댁에서 시간이 형님들 덕분에 재밌고 편해졌었는데 나는 그런 시누이가 되지 못해서 미안했다.
그리고 조카들에게 좀 더 다정하고 품이 넓은 외숙모가 되어주지 못해서 또 미안했다.
아이일 때도 어른일 때도 내가 받은 사랑과 배려에 비해 나는 한참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 명절은 늘 무겁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욕심인 걸 알면서도 잘 안된다.
아이들에게 유년 시절은 어떻게 기억될까.
나는 어떤 어른으로 남게 될까.
여전히 부족한 어른이지만 그래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