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4편 리인(里仁) 6.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아직 인함을 좋아하는 사람과 인하지 않음을 미워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인함을 좋아하는 사람은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인하지 않음을 미워하는 사람은 자신이 인을 실천함에 있어서 인하지 않은 사람이 그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게 하지 않는다. 하루라도 인을 위해 그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나는 그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아마도 있긴 하겠지만, 나는 아직 보지 못하였다."
-《논어》, 공자_제4편 리인(里仁) 6.
도서관과 마트를 거쳐 집에 돌아오는 길, 아이들은 차에서 쓰러졌다.
은서는 도착 직전 잠들어서 깨우니 짜증을 부린다.
책가방으로 무거웠지만 안아달라고 찡얼거리는 막내를 모른척할 수가 없었다.
남편은 장 본 짐까지 한가득이었다.
지하에 주차해서 낑낑거리며 계단을 올라왔다.
먼저 짐을 들려 보낸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보고 있었다.
은서도 거기에 합류해 말똥말똥한 눈과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한다.
"엄마~ 책 읽어죠~"
잠 오는 너를 힘들게 안고 올라왔는데… 잠 다 깼구나….
얼른 씻고 장 본 물건을 정리해 두고 아이 곁에 앉았다.
제일 먼저 본 책은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의 하루》였다.
은서가 선우 따라서 소방관이 될 거라고 고른 책이었다.
소방관, 응급 구조사, 소아과 간호사, 산악 구조원, 심리 상담사, 경찰관, 수의사, 비행 진료 의사, 외과 의사, 암 연구 과학자, 구호 활동가, 인명 구조원.
총 열두 가지 직업이 나온다.
나라와 성별, 나이는 모두 다르지만 생명을 지키는 일을 하는 것은 같다.
실제 인물들을 인터뷰한 그림책을 보며 '남을 돕는 일은 멋지다, 훌륭하다' 생각이 들면서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아침 신문에서 본 기사도 함께 떠올랐다.
'슈퍼 히어로 지고, 평범한 영웅 뜬다'라는 제목으로 초능력을 지닌 태생적 초인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선의에 기초해 주변 약자를 살려내거나 악을 물리치는 이야기가 주목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최근에 본 <검은 수녀들>과 다시 본 <검은 사제들>에서도 그랬다.
구마를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고, 귀신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특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도 똑같이 두려움과 슬픔을 느끼는 인간이다.
주인공인 수녀와 사제들은 사람들이 외면하고 도망치는 일에 오직 부마자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두려움과 직면한다.
악은 약하고 두려운 틈을 비집고 쉽게 자리 잡지만 결국 선한 것이 악을 이긴다.
공자님이 말한 '인하지 않음을 미워하는 사람은 자신이 인을 실천함에 있어서 인하지 않은 사람이 그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게 하지 않는다.'라는 말도 이와 같다.
스스로 선함을 유지하고, 선한 것을 실천하고, 다른 이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은 생각만으로 기분 좋아질 만큼 힘이 세다.
내가 하는 일에 누군가를 돕는다, 좋은 일을 한다는 의미 하나만 추가되어도 평범함이 특별함으로 바뀐다.
선의를 품고 주변을 돕는 우리 모두가 평범한 영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