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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허물은 우리 안에서 덮는다

《논어》, 공자_제4편 리인(里仁) 7.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의 허물은 각기 그가 어울리는 무리를 따른다. (그러므로) 그 허물을 보면 곧 그가 어느 정도 인한지를 알게 된다."


-《논어》, 공자_제4편 리인(里仁) 7.



참다 참다 방문을 박차고 나와 버렸다.

"이 녀석들이 엄마를 바보로 보는 거야 뭐야, 지금 뭐 하는 시간이야! 엄마 말이 우스워? 나가! 다 나가!"

고개를 푹 숙인 아이들이 고개만 절레절레 흔든다.

안 나가기에 내가 나와버렸다.


아이들과 저녁에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었다.

일주일 만에 마주 앉은 아이들은 지난주처럼 장난기가 넘쳤다.

거기다 은서까지 협조가 안 되어 자기는 왜 안 시켜주냐고 짜증 내고 큰 목소리를 내는 바람에 수업은 난장판이 되었다.

화도 내 봤다가 달래 가며 어떻게든 수업을 마쳤었는데 어제는 그러지 못했다.

아이들 좋으라고 하는 건데 이러다 부모 자식 간에 마음만 상하겠다.

제 자식은 잘 못 가르친다더니… 《엄마는 나한테만 코브라》 속 엄마가 딱 나다.


울고 싶었다.

그동안 아이들이 수업을 잘 따라와 주었지만 평탄했던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수업 때 보인 불성실한 태도가 실망감을 주었다.

언제 수업할 거니 책 읽어라, 다 읽었냐 계속 확인하며 겨우 수업을 진행하면 제대로 읽지도 않았다.

주의를 주는데도 계속 장난치는 건 나를 선생님이 아닌 엄마라 생각해서 하는 행동인가 싶어 속상했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 건 나도 싫다.


곧장 침대에 누웠다.

9시가 안 된 시각, 은서가 뒤따라 와 내 옆에 눕더니 같이 잠들었다.

눈을 뜨니 은서는 발치에 누워있고 내 옆에는 윤우가, 바닥에는 선우가 자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1시다.

은서를 내가 누운 자리에 눕히고 일어났다.

스탠드가 켜진 침대 협탁에 선우의 사과 편지가 있었다.

환한 거실 불을 끄면서 보니 일기도 써 놓았다.

문제의 장소였던 공부방에 오니 책상 위가 정리되어 있다.

아이들 파일철을 열어보았다.

어제 중단되었던 것을 마저 다 채워놓았다.

그래… 그렇게까지 화낼 필요 없었는데….


1시에 일어나서 6시에 다시 잤더니 배고프다는 아이들 말에도 못 일어났다.

거실에 나가니 밥을 김에 싸서 먹고 있었다.

때마침 들어오는 아빠에게 묻지도 않았는데 어제 일을 이실직고한다.

수업하는 중에 자꾸 장난쳐서 엄마를 화나게 했다고, 그래서 엄마가 나가버렸다고 말한다.

멋쩍게 서 있던 나는 아이들이 그래도 끝까지 다 해놓고, 일기도 써 놓고 잤더라는 칭찬을 했다.


우리의 허물은 우리 안에서 덮는다.

서로 조금 부족하더라도 이해하고 사과하고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면 된다.

내 성정만 잘 다스린다면 아이들은 잘 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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