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물건이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사람

《논어》, 공자_제4편 리인(里仁) 5.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유함과 귀함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면 그것을 누려서는 안 된다. 가난함과 천함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지만 부당하게 그렇게 되었다 하더라도 억지로 벗어나려 해서는 안 된다. 군자가 인을 버리고 어찌 군자로서의 명성을 이루겠는가? 군자는 밥 먹는 순간에도 인을 어기지 말아야 하고, 아무리 급한 때라도 반드시 인에 근거해야 하고, 위태로운 순간일지라도 반드시 인에 근거해야 한다."


-《논어》, 공자_제4편 리인(里仁) 5.



도서관에 갔다.

은서가 한 살 위쯤 보이는 언니를 졸졸 따라다녔다.

처음에는 언니가 어깨에 걸고 있는 장난감 핸드폰에 관심을 보였다.

"자꾸 갖고 싶은 마음이 들어."

장난감 전화기는 3개나 있지 않냐고 했더니 2개라고 한다.

"콩순이 전화기, 이모가 사준 토끼 전화기, 리모컨 같은 전화기."

잠깐 말이 없던 아이는 다시 와서 말한다.

"집에 가서 두 개 버리자."

평소에 장난감 하나 사면 하나는 없애야 한다고 말했더니 인심 쓰듯 두 개나 없애자고 한다.

없애더라도 새로 사주지는 않을 거라고 했더니 더는 말이 없다.

대신 언니를 따라다니며 서가 사이를 걸어 다니고 동화 영상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우, 윤우는 은서에게 새 친구가 생겼다며 흐뭇하게 바라본다.


장난감은 최소한으로 부족하게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물려받고 선물 받고 우리가 하나씩 사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넘친다.

장난감을 소중히 여기지 않을 때, 더 이상 좋아하지 않을 때, 쓰레기가 되어 버려질 때 씁쓸하다.

은서 생일이 설 연휴와 겹치면서 꽤 큰 축하를 받았다.

사촌 언니, 오빠들이 인형, 클레이 같은 선물을 하나씩 해주면서 생일 선물도 많이 받았다.

그 선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아이들이 물건이 아니라 가치와 관계에서 마음을 채우는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

소중함과 감사함을 잊는다면 물질적인 것에 있어서만큼은 풍족함 보다 부족한 게 더 낫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이에게 주고 싶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