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4편 리인(里仁) 14.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지위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그 자리에 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를 걱정해야 하며,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남이 알아줄 만하게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논어》, 공자_제4편 리인(里仁) 14.
초고를 쓰고, 퇴고를 거듭해 출판사에 투고한다.
한 곳이라도 연락이 오면 좋을 텐데 정중한 거절 메일만 되돌아온다.
출판사의 사정, 색깔과 맞지 않아서라고 하지만 '내 글이 아직 많이 부족한가' 하는 생각을 떨쳐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그 마음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나도 빨리 내 책을 내고 싶어'라는 조바심이 앞섰다면 이제는 '아직 때가 아닌가 보다'로 바뀌었다.
퇴고를 했다고는 하지만 다시 원고를 마주하면 아찔하다.
고칠 것 투성이에다가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껴서이다.
앞서 출간한 책들 모두 인쇄 직전까지 문장, 조사, 오탈자 하나하나 눈에 불을 켜고 살폈다.
책이 나온 뒤에 조금의 아쉬움도 남기고 싶지 않아서 며칠 밤을 새가며 원고에만 매달렸다.
그렇게 나온 책들에 후회는 없다.
작년에도 원고 하나를 여러 출판사에 투고했었다.
소식이 없었다.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더 묵혀두어야 할 원고구나.' 싶었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도 계속 글을 써 나갈 것이고, 그러다 보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한 권, 두 권 책도 꾸준히 나올 거라는 나에 대한 믿음이다.
아직 부족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니 마음이 무거울 것도 없었다.
부족한 점을 찾아내 보완하고 채워서 다시 문을 두드려보면 된다.
글을 쓰고 있는 내게 선우가 와서 묻는다.
"엄마, 엄마는 왜 간호사가 되고 싶었어?"
이에 답하니 다시 묻는다.
"그런데 왜 작가가 되었어?"
또 답을 하니 마지막으로 묻는다.
"그럼 글쓰기 선생님은 왜 된 거야?"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마치자 다시금 확실히 알았다.
나는 읽고 쓰는 것을 멈추지 않을 거구나.
오늘 공자님 말씀을 필사하며 그저 지금처럼 묵묵히 써 나가야겠다고, 능력이 갖춰지기를 기다리자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 내 글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낙담하지 않는다.
더 단단하게 다듬고 더 깊이 있게 써 내려가다 보면 언젠가 내 글도 세상에 나아갈 것이다.
지금처럼 묵묵히, 한 걸음씩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