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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논어》, 공자_제4편 리인(里仁) 19.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가 생존해 계실 때는 먼 곳으로 가서는 안 되며, 떠나갈 때는 갈 곳을 정해 두어야 한다."


-《논어》, 공자_제4편 리인(里仁) 19.



아버님은 남편이 어렸을 때 여러 가지 장사를 하셨다.

업종도 다양했는데 그중에는 조금 더 멀리, 상권만 달리했어도 성공했을 일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버님을 먼 곳에 가지 못하게 붙잡은 것은 장남, 장손이라는 책임감 때문이었다고 남편은 말한다.

아버님은 그 선택이 아쉽게 남아 있을까, 아니면 당연하게 여기실까.


남편은 복잡하고 사람 많은 대도시에서는 못 살겠다고 한다.

대단지 같은 아파트도 갑갑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다.

지금 살고 있는 소도시도 좋고, 세대 수가 적은 아파트도 좋지만 대도시와 하나의 마을 같은 대단지에서도 살아보고 싶다.

수많은 사람 중에 그저 한 명인, 수많은 집 중 그저 한 집일 뿐인 곳에서 기대에 맞춰야 할 이유도 없고, 나를 잘 보이게 꾸밀 필요도 없는 아무도 나를 모르는 그런 곳으로 가고 싶다.


막상 떠나면 외로울 거면서 언제나 멀리 가는 것을 꿈꾼다.

내가 꿈꾸는 곳은 먼 곳에 가야만 있는 걸까.

아니면 지금 있는 이곳에서도 이룰 수 있는 걸까.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내 시간과 생각을 온전히 나에게 쓸 수 있기를 바란다.

기대에 맞추려는 노력 없이, 내가 나일 수 있는 곳.

그곳에서는 불안감이나 책임감 없이, 나만의 속도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그게 내가 원하는 진정한 자유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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