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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

《논어》, 공자_제4편 리인(里仁) 20.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에도 3년 동안 아버지께서 하시던 방법을 고치지 않아야 효도한다고 말할 수 있다."


-《논어》, 공자_제4편 리인(里仁) 20.



부모와 자식은 서로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좋은 점, 안 좋은 점을 나도 모르게 보고 배우고 어느새 체화되어 있다.

정말 닮고 싶지 않았는데… 하는 것도 어느새 닮아 있고, 이런 건 닮지 않았으면 했는데… 하는 것을 내 아이가 똑 닮아 있다.

부모의 생활 습관, 태도가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치듯 어른이 되면 내가 관심을 두는 대상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을 고전이라고 한다.

고전을 읽고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의 일상과 연결시켜 글로 쓴다.

이게 무슨 뜻일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평범한 내 하루와 연결되는 지점을 찾았으면 아하! 하게 된다.


오늘 문장은 제1편 학이(學而) 11장에 나왔던 구절이다.

지난번에는 이 문장을 읽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필사 노트를 뒤적이며 찾아보았다.

'부모나 자식이 서로의 빛에 기대지 않고 홀로 빛날 때, 그때가 진정한 육아 졸업이다.'라는 내용으로 짧은 글을 썼었다.

문장만 보고는 뭘 썼더라 떠오르지 않았는데 내가 쓴 글을 보니 이 글을 쓰던 내 모습이 생생하게는 아니어도 어렴풋이 떠올랐다.


만약, 아이들이 내게서 단 하나의 습관만을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이 좋을까?

단연코 읽고 쓰는 습관이다 답할 만큼 기록은 어른이 된 내게 큰 영향을 미친 대상이다.

기록은 잊고 있던 기억도 끄집어 올려준다.

기억 창고에 글로 저장해 둔 것을 필요할 때마다 서랍에서 꺼낸다.

그 기억 창고가 손으로 쓴 필사 노트가 되기도 하고, 일상을 기록해 둔 블로그가 되기도 한다.

과거의 내가 남긴 글이 지금의 나를 만들고, 오늘의 기록이 또 다른 나를 형성해 간다.

기록은 단순한 저장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읽을 때마다 그때의 나와 대화하고, 영향을 받고, 더 나은 나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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