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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위에서 닿아있는 시간들

《논어》, 공자_제4편 리인(里仁) 21.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님의 연세는 모를 수가 없다. 한편으로는 장수하시므로 기쁘고, 한편으로는 노쇠하심으로 인해 두렵기 때문이다.”


-《논어》, 공자_제4편 리인(里仁) 21.



최근 지인이 결혼 고민 상담으로 찾아왔었다.

결혼 상대자도 함께 왔었는데 처음 보는 사이여서 조금 어색했었다.

그럼에도 이런저런 말도 붙여보고 어색함을 덜어내려고 했다.

결혼 고민을 안고 온 두 사람을 보면서 10여 년 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도 그렇지만 결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엄마 생각이 많이 났었다.

엄마가 결혼했던 나이에 나도 결혼하고, 연년생을 낳은 것까지 같았다.

엄마와 딸인 내 인생이 평행선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고 여겨지기까지 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남편과 함께가 아니면 혼자서는 불가능한 것이 육아였다.

나는 남편이 육아에 관심도 많고, 아이에 대한 고민과 대화도 자주 나누어서 함께 아이를 키워나가고 있다.

무뚝뚝하고 친구 좋아하는 남편을 둔 엄마는 어땠을까.

말 안 통하는 어린 두 아이를 혼자 키우다시피 했을 텐데….

내가 엄마였다면… 생각만 해도 고개가 가로저어졌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는 내가 초등학생일 때와 내 나이와 같았을 엄마 모습을 떠올려보게 된다.

지금의 나처럼 자녀 교육, 일, 주변 인간관계 등으로 고민 많았을 30대였겠구나 싶다.

엄마와 나의 평행선은 언젠가 끝을 만나게 된다.

할머니, 엄마, 나, 은서 모두 보이지 않는 운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다음 생에서 또 다른 인연으로 이어지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크는 모습을 보면 세월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을 실감한다.

엄마와 내가 닿아 있을 시간, 내가 아이들과 닿아 있을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 시간 또한 '눈 깜빡할 시간'이라 여겨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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