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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하는 힘, 나를 믿는 힘

《논어》, 공자_제4편 리인(里仁) 22.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옛 사람들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는데, 이는 행동이 따르지 못할 것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


-《논어》, 공자_제4편 리인(里仁) 22.



아침에 눈을 뜨면 시계부터 확인한다.

5시가 안 된 시각에 속으로 '앗싸!' 외쳤다.

얼른 핸드폰 알람부터 해지하려고 들어갔더니 죄다 오후 시간대로 맞춰 놨다.

이제 이불을 박차고 나오기만 하면 되는데 계속 꾸물거렸다.

옆에서 자고 있는 은서 얼굴 한 번 봤다가 차 낸 이불 몇 번 덮어줬다가 자세도 바로 뉘어주었다.

그러다 아이가 살짝 잠이 깨어서 얼른 자는 척했다.

등을 보니 잠든 것 같다.

따뜻한 이불속에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이렇게 잠들면 새벽 시간은 없다.

눈 떴을 때 얼마나 허무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추워서 이불 속에 들어가고 싶지 않게 집에서 입는 외투도 챙겨 나왔다.

책과 노트가 올려진 책상 앞에 앉았다.

역시, 유혹을 뿌리치고 책상 앞에 앉길 잘했다.


하루였지만 서울로 떠났던 여행 감상으로부터 빨리 돌아와야 했다.

의외로 몸은 금방 회복됐다.

많이 걸어서 아픈 다리와 피곤한 몸은 푹 자고 나니 괜찮아졌다.

그런데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들뜨고, 자유롭고, 여유로웠던 느낌은 몸만큼 빨리 돌아오지 않았다.

다시 균형을 유지하는 일상으로 돌아오려니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긴장감이 두려움으로 커지기 전에 얼른 벗어나야 했다.

늘 하던 대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수업 생각하며 준비했다.

멀리 떠나 있던 마음이 일상으로 초점을 맞춰가는 기분이 들었다.

어제 신문에서 차준환 피겨 스케이트 선수의 인터뷰를 읽었다.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남자 피겨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땄다.

그는 인터뷰에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연습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는 절대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자신이 없다는 건 훈련이 부족하다는 말과 같다. 걱정할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으로 지난 1년간 훈련에 매진했다.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원하는 목표를 달성한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차준환 선수는 걱정할 시간조차 아까워 완벽해질 때까지 연습을 반복했다.

그리고 이번에 딴 금메달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다시 1년 뒤 올림픽을 준비할 거라고 한다.


스스로 목표하는 바가 있는데 그 길로 들어서기가 두렵다면, 그 두려움을 빨리 잊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빨리 뛰어드는 수밖에 없다.

그 시작은 모두가 잠든 밤, 이불 밖으로 나오는 데서부터다.

나를 믿는 힘은 내가 반복해 온 행동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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