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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미소 짓게 되는 사람들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1.

by 안현진

공자께서 공야장에 대하여 말씀하시기를, “사위 삼을 만하다. 비록 감옥에 갇힌 적은 있었으나 그의 죄는 아니었다.”고 하시고 딸을 그에게 시집 보내셨다.

공자께서 남용에 대하여 말씀하시기를, “나라에 도(道)가 행해지고 있을 때에는 버림받지 않을 것이고, 나라에 도가 행해지지 않을 때에도 형벌은 면할 것이다”라 하시고 형의 딸을 그에게 시집 보내셨다.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1.



남편이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받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디 센터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친구 중에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나처럼 남편도 최근 개업한 친구를 떠올렸다고, 무슨 일일까 궁금했다고 한다.

몸이 안 좋아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 선생님이 소방관인 걸 알고 남편 얘기를 하더라는 거였다.

친구 중에도 소방관이 있다고 해서 이름을 물었고, 진료 후 남편에게까지 전화를 걸었던 모양이다.


우리가 생각하던 친구가 아니라 다른 의사 선생님이란 말에 와하하 웃었다.

남편은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을 친구라 소개했다는 점이 고맙고 좋았다고 했다.

오래전 응급실에서 함께 근무했던 인연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그분의 성품상 자상하고 다정하게 진료를 보셨을 거 같다.

그러니 이렇게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전화를 걸어온 게 아닐까.


타지에서 근무하다 근처 병원으로 옮긴 지 꽤 되었다.

남편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한 번 보자, 만나자 얘기만 하고 보지 못한 것을 내내 마음에 걸려 했었다.

그래서 이번엔 아예 집으로 초대를 했다고 한다.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은 게 처음이라 얼떨떨하고 좋다고 했다는 그 선생님 얘기에 우리는 또 웃었다.

좋은 날짜를 뽑아주시면 시간을 맞춰보겠다는 말도 그분다웠다.

한 달 전 시부모님 가게에서 명절 일손을 도울 때, 의사 선생님을 몇 년 만에 만났다.

주문한 떡을 찾으러 왔는데 한결같이 신사다웠다.


그분과 함께 남편과 동갑내기 친구인 또 다른 의사 선생님이 떠올랐다.

아직도 내게 말을 놓지 않고, 상대방이 존중받는다 느끼게 하는 사람.

두 사람 모두 떠올렸을 때 빙그레 미소 지어지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공자께서는 사람을 볼 때 겉모습과 과거 이력이 아니라 그 사람의 본질적인 성품을 보셨다.

오늘 문장을 읽으며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성품을 지닌 두 사람을 생각했다.

초등학교 친구였던 의사 친구,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 수도 있었던 응급실의 의사 선생님.

오래전 인연을 소중하게 이어오는 남편도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시간이 흘러도 미소 지어지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인연을 지켜가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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