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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하루 속에서 배운 마음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2.

by 안현진

공자께서 자천에 대해 말씀하셨다. "군자로다, 이런 사람은! 노나라에 군자가 없다면 이 사람이 어디에서 이런 덕(德)을 가지게 되었겠는가?"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2.



아이들로부터 시작된 마음이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어제와 같은 날은 헐크를 넘어서 나쁜 사람이 된다.

답답한 마음은 아이, 나, 가족으로까지 점점 범위를 넓혀 갔다.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얼굴은 무감한 이로부터 쉽게 보여지고 만다.

그 사실이 나를 더욱 옥죄었다.

충분히 참았다, 한두 번이 아니다, 무감하다,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준다… 와 처럼 내가 아닌 타인을 향한 마음에 스스로 갇혀 버렸다.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반복해서 들어도, 자려고 누워도 속에서 올라오는 마음은 가라앉지가 않았다.


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었는데 아무것도 못한 하루였다.

머리맡에 있는 책을 집어 들었다.

억지로 자려고 해도 오지 않는 잠 대신 억지로라도 읽어볼 셈이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속 불이 가라앉았다.

화가 나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던 것이 찬물을 끼얹은 듯 식어버려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졌다.

내가 조금 더 이성적으로 보였다.


자는 척 누워있을 때, 아이 셋이 밖에서 소곤거리며 조용히 움직이는 걸 느꼈다.

택배로 온 20kg 쌀을 신발장에 세워두었었다.

그걸 부엌까지 끌고 와 뜯고, 김치냉장고 안 쌀 통에 부어 놓고, 밥까지 해놓았다.

동생들이 배고프다는 말에 첫째가 움직인 것이다.

주먹밥을 만들어 먹고, 배고플 때 먹으라고 엄마 아빠 것도 만들어 놓았다고 했다.

새벽에 보니 랩을 씌워 냉장고에 들어 있었다.

부엌 뒷정리도 다 해두었다.

"화 내봤자 너지." 하는 말에도 '네가 몰라서 그래.' 하던 마음, '아이들이 이런 나한테서 뭘 배울 수 있을까.' 하는 냉소적인 마음이 깨끗한 부엌과 대비되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겨주고 있을까.

나처럼 제 감정 하나 다스릴 줄 몰라 하루를 다 지나 보내는 사람이 될까 걱정됐다.

엄마로서 못난 모습을 보여주는 내가 더 답답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혼난 것과 별개로 스스로 움직이고, 서로를 챙겼다.

화나 있는 엄마를 먼저 안아준 것도 아이들이었다.

일어나니 모두 내 곁에서 자고 있었다.

결국, 하루가 지나고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나의 완벽함이 아니라, 나의 부족함과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배운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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