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폴더폰을 보내며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17.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장문중은 집에 큰 거북을 모셔 두고, 기둥머리 나무에는 산 무늬를 조각하고, 동자기둥에는 수초(水草)를 그렸으니, 어찌 그를 지혜롭다 하겠는가?"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17.



가지고 있던 스마트 폴더폰을 팔았다.

디지털 디톡스, 아날로그 감성으로 2023년도에 잠깐 쓰던 거였다.

연년생 아들을 키우면서 나부터 스마트폰에서 멀어지고 싶었다.

중·고등학생 때 쓰던 2G 폰을 다시 꺼내어 나 홀로 과거로 돌아가기도 했었다.

효과는 확실했다.

시끌벅적하던 세상으로부터, 속 시끄럽던 감정으로부터 단절되어 오롯이 아이들과 내 가정만 바라볼 수 있었다.

고요함은 얻었지만 은행 업무, 파일 전송과 같은 불편함도 따라왔다.

나는 상관없지만 남이 불편해할 때는 미안하기도 했다.

스마트폰과 옛날 폰을 한 번씩 오갔지만 점점 스마트폰으로 돌아가는 기간이 짧아졌다.

그리고 지금은 스마트폰을 쓰지 않을 수 없음을 받아들였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같은 내 시간을 잡아먹던 앱들도 지운 지 몇 달 되었다.

핸드폰으로 할 게 없어 금방 내려놓는다.

블로그로 글 쓰거나 이웃 글을 볼 때, 영상 만들 때 말고는 오래 붙잡고 있지 않는다.

스마트폰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오랫동안 줄다리기해 왔다.

아직 완전하다 할 수는 없지만 시간의 주도권을 핸드폰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당근 마켓에 물건을 올려놓은 지 1년이 넘었다.

잊을만하면 판매 가능하냐는 채팅도 왔었다.

거의 새 제품을 중고로 구매하고, 나도 얼마 쓰지 않고 깨끗하게 보관만 해두던 거였다.

어제 갑자기 연락 와서 15분 후 금방 사 가버렸다.

아저씨가 왔는데 할머니가 쓰실 거라고 했다.

내게 더는 필요 없는 물건이 필요한 이에게 가서 쓰임이 있으면 좋겠다.

이제 내가 다시 폴더폰을 찾게 될 때는 아이들에게 핸드폰 사줄 때 말고는 없을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몸과 마음을 돌보는 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