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승은

《논어》, 공자_제9편 자한(子罕) 10.

by 안현진

안연이 크게 탄식하며 말하였다. "우러러볼수록 더욱 높고, 파고 들어 갈수록 더욱 견고하며, 바라보면 앞에 계신 듯하다가 어느새 뒤에 와 계신다. 선생님께서는 차근차근 우리들을 잘 이끌어 주시어서, 학문으로 우리를 넓혀 주시고, 예(禮)로써 우리를 단속해 주신다.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으니, 이미 나의 재주를 다 하여도, 선생님께서 세워 놓으신 가르침은 우뚝 서 있는 듯하다. 비록 그것을 따르고자 해도 따라갈 수가 없구나."


-《논어》, 공자_제9편 자한(子罕) 10.



비가 세차게 내리는 아침이다.

하루를 계획하고 《논어》를 펼쳤다.

'흠… 이게 무슨 말이려나… 스승의 가르침…?'

한동안 되뇌다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한 번 손에 쥔 핸드폰은 내게서 30분을 빼앗아갔다.

이건 아니야… 귀한 아침 시간을 이렇게 보내려던 건 아니었어… 허탈한 마음으로 부엌에 갔다.


전날 만찬으로 먹은 남편 표 부대찌개를 데웠다.

같이 먹고 싶었다.

아이들 상만 차려주고 나는 잠깐 앉아 있었다.

윤우가 오늘 신문을 찾았다.

아직 안 가져왔다고 엄마가 가져오겠다며 일어섰다.

어린이 신문은 은서 손에 건네주고 나는 오늘 자 신문을 봤다.

"오징어 게임 짝퉁 굿즈를 불법으로 판대."

신문에 실린 내용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는다.


아이들이 밥 먹는 동안 내가 먼저 챙기기로 했다.

화장실 가는 잠깐, 핸드폰을 들고 가려다가 침대 머리맡에 있는 책 한 권을 챙겼다.

몇 장 읽지 않았지만 그 안에 있던 내용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폰 대신 책 보길 잘했다.


안방에서 씻는데 우당탕탕 챙기는 소리가 들린다.

들어오기 전에 시간 많이 남았으니 필사 써 놓고 가라고 말했었다.

"너희 필사는 쓰고 가는 거야?"

신발 신는 아이들에게 물으니 처음 듣는 말이라는 듯 반응한다.

"으응?!"

"우리 늦었어! 지금 가야 해!"

아들 둘이 빠져나간 집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이젠 막내 유치원 갈 준비가 남았다.

다섯 살 딸도 양치만 시켜주면 뱉고, 세수하고, 혼자 옷 입는다.

그 사이 나는 설거지하고, 집을 정리한다.

옷을 다 입은 딸이 찾아오면 선풍기 앞에 빗과 머리핀을 골라 앉는다.

머리 묶어주며 오늘은 팔찌를 하고 갈까, 반지를 하고 갈까, 신은 뭘 신을까 얘기하는 시간이 좋다.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느낀 허탈함은 몇 줄의 글로 메꿔버렸다.

일탈하려는 마음을 다시 정상 궤도 안으로 끌어당겨놓은 기분이었다.

평범하게, 늘 그렇듯, 어제와 비슷한 오늘을 글로써 붙잡아낸다.

아이들과 보낸 아침 시간을 눈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글로써 담아낸다.


나의 스승은 핸드폰 안에 있지 않다.

읽고 쓰는 글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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