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

《논어》, 공자_제9편 자한(子罕) 26.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해진 솜옷을 입고서 여우나 담비 털가죽옷을 입은 사람과 같이 서 있어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사람이 바로 유로다!” 그러나, ‘남을 해치지도 않고 남의 것을 탐내지도 않으니 어찌 훌륭하지 않은가?’라는 시의 한 구절을 자로가 평생 외우고 다니겠다고 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도야 어찌 훌륭하다고까지 할 수 있겠느냐?”


-《논어》, 공자_제9편 자한(子罕) 26.



자기 전에 책 한 권을 펼쳤다.

청소년 문학을 쓰는 작가가 작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쓴 에세이였다.

등단, 합평, 문학상, 시트콤 작가 면접, 강연, 글쓰기와 관련된 얘기를 읽다 보니 어느새 반을 읽었다.

잠도 오고, 나머지 반은 내일 재밌게 읽어야지 생각하며 잠들었다.


친구들과 계비로 일본 호텔에서 1박 하며 노는 꿈을 꿨다.

아이도 있고, 다들 결혼한 현재 모습인데 학생 신분이었다.

학교 과제 얘기도 하고, 과제 준비한 것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뒤죽박죽인 꿈 속에서도 나는 아이를 챙겨야 했다.

놀다가 밤을 새운 건지, 다음 날 새벽 즈음 갑자기 서두르며 집에 갈 준비를 했다.

은서와 침대에서 자느라 남편이 바닥에서 잤다.

때마침 일어나서 두리번거리고 있기에 내 자리에 누우라 하고 나는 일어났다.

다시 바닥에서 잘지, 아이들 방으로 갈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은서 자리로 내려온 나는 곧바로 일어날 생각이었는데 조금 더 누워서 뒹굴거렸다.


누워 있다 보니 자기 전에 읽었던 책 생각도 나고, 패드도 눈에 들어왔다.

며칠 전, 한참 자고 있어야 할 시간에 잠이 깨서 다시 잠 못 이뤘던 밤이 있었다.

그때 패드로 유튜브에 들어갔다.

가끔 반짝이는 채널을 찾을 때가 있는데 그날 새벽이 그랬다.

내가 구독자 100명째 되는 사람이었다.

나와 비슷한 30대 중반의 미혼 여성이 읽고 쓰고 운동하고 요가하고 일하며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패드를 보는 순간 그 영상이 보고 싶었다.


쓰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을 것이냐.

쓰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영상을 볼 것이냐.

포개어져 있는 책과 패드를 보며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정신이 맑을 새벽인걸.

모두가 잠든 이 시간, 평소의 나는 뭘 했지?

하루를 계획하고 글을 썼지.

그래, 나는 내 글을 써야지.

간접경험 대신 직접경험을 선택했다.


다이어리에서는 일요일부터 새 한 주가 시작된다.

지난 한 주를 보니 느슨했던 부분이 보인다.

이번 주엔 그 부분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고민하고, 《논어》를 펼쳤다.

그때 일어나 나오길 잘했다.


글 쓰는 사람들 이야기를 좋아한다.

사는 환경도 모습도 다 다르지만 매일 글쓰기를 생각하고 글 쓰는 것은 같다.

아이들이 차례로 일어나 나온다.

쓰던 글을 멈추고 엄마로서 시간을 시작할 때다.

그리고 언제든 다시, 글 앞으로 돌아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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