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부여한 의미가 가지는 힘

《논어》, 공자_제9편 자한(子罕) 25.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대군의 장수를 빼앗을 수는 있어도, 한 사람의 뜻은 빼앗을 수가 없다.”


-《논어》, 공자_제9편 자한(子罕) 25.



어느새 뿔뿔이 흩어졌다.

한 명은 친구랑 축구하러 나가고, 한 명은 동생 생일 선물 산다고 나가선 안 들어온다.

퇴근한 남편은 씻고 잠이 들었다.

곁에는 찰흙놀이, 소꿉놀이하며 끊임없이 말하는 딸만 남았다.


일찍 아이들 아침을 챙겨주고 두 시간가량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

한 자도 쓰지 못했다.

뭘 써야 할지 몰라 백지만 쳐다보다가 아이들 노는 모습, 유튜브 영상을 조금 봤다.

계획은 했지만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다.

글은 써지는 게 아니라 쓰는 거라 했건만 도무지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오늘 정리하기로 한 책꽂이 앞으로 갔다.

지저분하게 꽂혀 있던 종이, 다 쓴 종합장, 색칠 공부, 한글 공부 책을 빼냈다.

깔끔해진 책꽂이와 주변을 보니 기분까지 좋아졌다.


금식 시간이 풀리자마자 어제 사놓은 빵부터 잘랐다.

은서는 유치원에서 직접 담가온 레몬청을, 나는 커피를 빵과 함께 먹었다.

가만히 앉아 있을 때는 머리카락만 만지작거렸는데 다른 일을 하며 몸을 움직이니 무엇이라도 쓸 거리가 생긴다.


책상에 올려둔 기사 조각에 눈이 간다.

오늘 아침, 신문에서 오려낸 박완서 작가에 대한 글이다.

다시 읽어보았다.

"안목은 독서에서 오고, 체험은 작품의 밑받침이 된다"

쓰기 위해 무엇이라도 읽고, 읽다 보면 뭐라도 쓰고 싶어진다.

짧은 글이어도 한 편의 글을 쓰는 데는 시간과 공이 들어간다.

나는 무엇을 쓰는 사람인가?

여러 날 고민한 끝에 "일상에 마음을 담아 글을 씁니다"라고 나를 소개하는 문장을 만들었다.

평범한 내 일상이 좋고 감사한 데는 글쓰기의 공이 크다.

뜻이 있다면 쓸 수 없을 것 같아도 쓰게 된다.

스스로에게 부여한 의미는 생각보다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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