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보면 하게 된다

《논어》, 공자_제9편 자한(子罕) 29.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이라도 함께 도(道)로 나아갈 수는 없고, 함께 도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도 입장을 같이 할 수는 없으며, 입장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른 판단을 함께 할 수는 없다.”


-《논어》, 공자_제9편 자한(子罕) 29.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안 하고 싶지? 제목 적기도 귀찮고, 연필 잡는 것도 귀찮고, 다 귀찮네. 이런 만화만 보고 싶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가 말한다.

어제 도서관 갔다가 《흔한남매》 책 한 권을 빌려왔다.

보고 또 봐도 재밌는지 그 책만 벌써 여러 번 본다.

“그럴 수 있지. 그럴 때 하는 게 성장하는 길이야.”

이건 내가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나도 글이 안 써져서 멍하게 앉아 있던 참이었다.

윤우는 수학 문제집 푸는 것도 짜증 나는데 막힌 곳에서 다들 혼자 힘으로 해보라고 하니 화가 나 그 길로 방에 들어갔다.

조용해서 보니 잔다.

선우가 불을 꺼 줬다.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좀 나아지겠지.

그럼 다시 문제 풀고 제 할 일 할 힘이 나겠지.


다 귀찮다고 말하던 선우는 이내 독후감도 일기도 차례로 써 나갔다.

어차피 해야 할 거라면 빨리 끝내는 게 나랑 닮았다.

나란히 앉아서 나는 타닥타닥 키보드로, 선우는 쓱싹쓱싹 손으로 써 나갔다.

문장과 맞춤법을 간단히 봐주었다.

점점 글 분량도 늘어나고 주제 잡고 쓰는 것도 늘어간다.


세탁기 다 돌아갔다는 알람이 운다.

빨래를 돌리고 잠든 윤우 방에 들러 선풍기를 틀어주었다.

건조기에 돌리면 안 되는 옷은 베란다에 널었다.

게임하는 아들 옆에 앉아 꼬깔콘 한 봉지를 뜯었다.

다시 나란히 앉아 각자 할 일에 말없이 집중한다.

하기 싫은 일도 하다 보면 하게 되고, 안 되는 일도 하다 보면 하게 된다.

나도 오늘 하루를 잘 마감하고 자유를 만끽해야지.

옆에서 게임하는 아들을 잠깐 부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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