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길목에서 쪼그려 앉아, 개미를 보며.

by 아니아즈




스페인의 햇살 가득한 어느 공원 길목.

내 발 앞을, 작은 개미가 부지런히 지나가고 있었다.




KakaoTalk_20250816_211526893.jpg 스페인의 한 공원에서.



나는 스페인의 한 길목에서 쪼그려 앉아, 십여분 동안 개미를 바라보았다.


어떤 개미는 입에 씨앗을 물고 가고 있었다.

아마, 모두를 위한 식량을 모으는 중이겠지.


어떤 개미는 집에서부터 작은 모래를 물고 나왔다.

이 개미는 개미집 확장 공사를 하는 모양이었다.


각자 하는 일이 다르지만, 모든 개미들이 일렬로 오와 열을 맞춰 뾸뾸거리며 통행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쪼그려 앉은 채로, 빤히 내려다보았다.

작은 사회가 숨 쉬는 모습. 그 놀라운 광경을 두 눈에 담았다.



두 눈으로만 담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에, 나는 그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 휴대폰을 꺼내 그 광경을 촬영했다.


개미.jpg 줄을 서서 다니는 개미들



촬영을 하고 나니 이번엔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 사진을 혼자만 보기에는 손해다!'라는 생각이었다.


'귀여운 스페인 개미들'이라는 짤막한 소개문과 함께, 그 사진을 친구들에게 공유했다.

내가 보낸 사진을 보고, 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넌 무슨 스페인까지 가서 개미를 보고 있냐."


그 말도 맞았다.

해외여행을 가서 공원 길바닥에 쪼그려서 개미를 본다니.

누군가에게는 터무니없고 아리송한 일이었다.





세상에는 많은 것들이 있다. 어쩌면, 너무 많은 것들이.

그러기에 이 작은 존재들에게는 관심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길을 걸을 때면, 늘 바닥을 살핀다.

언제부터 그렇게 다녔는지는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그렇게 걷게 된 이유만은 명확하다.

길을 사람이 만들었을지언정, 길을 사람만이 다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외에도 길을 다니는 작은 존재들이 많다.

사람들의 무관심한 발걸음에 치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존재들이.

그 작은 존재는 관심을 주지 않으면, 무관심 속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발로 짓밟는다.


하늘이 길이며 그 길을 날아다니는 새들은, 어련히 나를 피해 다닌다.

하지만 땅이 길이며 땅을 꼬물거리며 지나가는 개미들은, 나를 피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혹여나 내가 그들을 밟을까, 나는 그들을 피해 걷는다.

나의 작은 관심 하나로, 그들은 자신의 머리 위로 내려올 발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닐 수 있다.


이렇듯 관심을 기울이면,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들이 우리의 주변에 숨어 있다.

관심을 주지 않으면, 우리는 당연한 것들을 깨닫지 못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눈앞의 스페인 개미에서 찾을 수 있는 놀라움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외여행에서 특별한 것, 다른 것들을 찾아보곤 한다.

나는 낯선 곳에 가면, 같은 점을 찾아보곤 한다.

이렇게 낯설고, 연관이 없어 보이는 곳이라도, 모든 곳에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내 눈앞의 개미가, 내가 찾아낸 같은 점 중 하나였다.


먼 한국의 개미와 스페인의 개미.

분명 둘 사이에는, 서로 절대 만날 수 없을 정도의 거리가 놓여있다.

하지만 두 개미 모두,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길을 다닐 때 오와 열을 맞춰서 질서 정연하게 행진하듯 지나간다.


먼 나라의 개미들이 서로 다르지 않은 것처럼, 사람 또한 서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같은 점은 잊은 채 다른 점에만 매달려 서로를 미워하고 있는 건 아닐까.


스페인에서 개미를 바라보며 나는 소망했다.




언젠가 우리도 개미들처럼,

조용히 오와 열을 맞춰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이전 17화세상이 돌고, 내가 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