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뮌헨 :전쟁의 문턱에서 (2021)
<줄거리>
1932년 옥스포드 졸업파티. 각자 다른 나라에서 온 세 친구 휴 (영국), 파울 (독일), 레나(폴란드)는 바텐더 몰래 훔쳐온 샴페인을 마시며 마지막 파티를 즐긴다. 국가정체성과 "미친 세대"(mad generation)의 폭죽놀이를 즐기던 이들은 헤어져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고, 6년후 뮌헨 협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독일의 체코 수데테란트 지역의 영유권을 인정하게 하는 협상. 히틀러의 야욕을 목숨을 걸고 영국측에 알리는 폴과 휴. 하지만 영국 수상 체임벌린은 그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히틀러를 즉각적으로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통해 포괄적인 평화협상을 이끌어내게 된다.
다시 1년이 흘러 히틀러는 폴란드를 공격하며 본격적인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되고, 체임벌린은 결국 총리직에서 사임하게 된다. 하지만 "영국과 독일 사이의 평화는 불과 1년간 지속되었"으나, "뮌헨 협정으로 시간을 번 덕분에, 영국과 동맹국들은 전쟁에 대비할 수 있었고, 이는 결국 독일의 패배로 이어졌다".
<첫인상>
실화 바탕의 영화가 주는 장점은 표면적으로만 알고 있던 것에 더해 조금은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전쟁처럼 세상을 크게 흔드는 사건인 경우에는 이면과 표면의 거리도 그만큼 크게 다가 오기 마련. 영화 <뮌헨 : 전쟁의 문턱에서> (2021) 역시 다르지 않았다.
영화 <뮌헨 : 전쟁의 문턱에서>(2021)은 체임벌린이 주도한 뮌헨 협상을 통해, "결과적으로는 연합군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을 벌 수" 있었던 공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도 같다. 얄팍한 지식에 의하면 영국의 수상이었던 체임벌린은 아돌프 히틀러의 야욕을 눈치채지 못하고, 이리저리 협상에서 끌려다니다 결국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저 사람만 좋은 (체임벌린이 그렇다는 혹은 아니라는 근거는 없는데 왜??) 능력이 없는 사람이 중요한 자리에 있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예로만 기억되고 있는 사람. 평면적으로(?) 기억되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통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뒷 이야기와 공과에 대해 조금더 생각해보자는 시도라고도 할 수 있으려나?
영화를 이끌고 가는 여러 주인공들의 흐름 속에서 체임벌린은 내 예상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주는 정치인이었다. 굳이 비중이 있는 배우 (제레미 아이언스)를 세운 것도 그런 의도였겠지만, 영화속 체임벌린은 전혀 멍청하지 않았고, 히틀러에게 속은 것이 아니라 자신을 오히려 대중에게 "바보 (fool)"로 불려도 좋다는 각오를 가지고 평화를 이끌어내려고 했다. 심지어 그 평화가 일시적인 것이라고 할 지라도, 그 시간을 통해 최종적으로 전쟁을 이길 수만 있다면 자신에게 던져질 비난은 "보잘 것 없다"(small price to pay)라고 단언하는 체임벌린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당시 영국이 할 수 있는 것의 최선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러나>
영화 <뮌헨 : 전쟁의 서막> (2021)은, 결국 체임벌린이 자신을 희생해 "작은 수모"(small price to pay)를 통해 "연합국을 뭉치게 하고 어쩌면 미국의 참전을 이끌어내어" (it will unite the Allies. Might even bring the Americans on board.) 결과적으로 전쟁에서 이기게 되었다고 말하는 듯 들린다. 그리고 이 문장들은, 조금 심하게 말하면, 나라를 팔아먹고 혹은 무도한 정권에 협력해가면서 결과적으로 조국의 발전을 이뤄냈다고 강변하는 친일파나 군사정권의 하수인들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게 보였다.
영화의 전반부, 옥스포드 대학교 졸업파티에서 국가정체성과 세상에 대해 얘기하던 파울이 친구 휴를 놀리던 표현대로, 영국인 특유의 감정에 동화되지 않는 거리두기라는 특징 덕분에 뮌헨 협정을 이끌어냈고, 그 결과 전쟁에서 이겼다는 건가?
뮌헨 협정을 통해 상황이 바뀔 수 있는 "가능성" (a chance)에 자신을 거는 체임벌린은 누군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줄 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휴와 닮아있다. 심지어 깡패 (히틀러)같은 이와 게임을 하려면 소매에 카드를 숨겨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스스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로만 게임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I can only play the game with the cards I've been dealt) 체임벌린은 여전히 그저 무능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자신의 결정으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이 걸려있는 상황에서의 체임벌린의 고뇌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동의하기는 어렵다. 이미 같은해 3월에 오스트리아를 병합한 상황 (연합국측은 이 부분을 "같은 게르만 민족"이라는 이유로 문제 삼지 않았다). 지난 수년 동안 영토, 군사, 배상금 부분 등 베르사야 조약의 주요 부분을 여러가지 어긴 상황에서 체코 일부 지역에 대한 독일의 영유권 주장은 딱히 파울이 건넌 문서가 아니었어도 히틀러의 속내를 몰랐다면 그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옥스포드 졸업파티, 그리고 세 친구>
1932년 옥스포드 대학교의 졸업파티. 술에 취한 친구들은 강에 오줌을 누며 무언가에 대해 "내기"를 하고, 세 친구는 레나가 바텐더에게서 어거지로 가져온 샴페인을 먹고 "죽"는다. 휴 옆에서 일부러 더 애정표현을 하는 파울과 레나는 독일이 영국을 의식해서 폴란드를 비롯한 여러가지를 처리한 것의 암시가 아닌가 생각이 들게 한다. 술에 취해 국가 정체성 (National Identity)과, 아니 그 보다 "찐짜 세상"을 느끼고 싶어서, "이 미친 시대에 절망해 몸을 던지 (I want to throw myself into the water in despaire at our mad generation 파울의 대사)"는 세 친구... 그렇게 "꿈은 끝나"고 (파울)... 어쩌면 전쟁을 암시한다고 할 수도 있을 폭죽을 보며 휴 역시 "미친 세대" (its our mad generation)를 "아름답게 (beautiful)" 바라본다.
영국인의 특징이 거리두기라며 영국인인 휴를 놀리던 파울은 직접 세상에 몸을 던졌다. 인종차별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히틀러와 독일민족의 자긍심을 중시하는 파울과, 결국 파울의 곁을 떠나게 된 레나. 시간이 지나, 레나는 히틀러에게 반대하는 시위를 하다가 잡힌 채로 유태인임이 발각되어 고문 끝에 의식 불명으로 병원에 누워있게 된다.
레나에게 했다면 누구에게도 할 수 있는 짓이라며 직접 히틀러를 암살하려는 파울. 파울은 결국 자신이 히틀러를 뽑았으니 자신의 책임이므로, 머리에 총을 맞을 지언정 자신이 해결하겠다고 덤벼든다. 파울을 만류하며 희망을 말하는 휴에게 파울은 희망은 결국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나서서 해결해줄거라고 기다리는 것이라면 그런 희망은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며 직접 실천할 것을 말한다.
영국인의 특징이라고 파울이 놀렸던 거리두기. 하지만 그 거리두기의 결과로 만들어진 뮌헨 협정을 손에 들고 영국으로 돌아온 휴의 입에서는 파울이 말했던 책임이 한 글자도 다르지 않게 반복된다. 자신이 했던 대사는 아내가, 파울이 했던 대사는 자신의 입으로.
"There is always hope." (희망은 언제나 있어)
"Hoping is waiting for someone else to do it." (희망은 그저 다른 사람이 해주길 기다리는 거야)
"We'd all be much better off without it." (그런 희망이라면 차라리 없는게 나아)
<나가며>
체임벌린의 무능은, 똑같이 상황속에서 세상의 흐름에 몸을 던졌던 세 친구들을 통해 극명하게 대비된다. 한 때 자신이 지지했던 히틀러의 야욕이 담긴 문서를 연합국에 전달하고 자신은 직접 총을 들어 히틀러를 암살하려던 파울 (I have a pistol.)과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 이후 외교관 직을 버리고 영국 공군 (BAF)에 가입해 전쟁을 준비하겠다는 휴, 그리고 연인 파울과 헤어져 히틀러를 막으려다 결국 의식 불명으로 병원에 보내진 레나.
세 친구 휴, 폴, 레나는 그 자체로 영화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셋은 똑같이 옥스포드 대학교를 졸업한 친구였으나 레나는 폴란드계 유태인, 파울은 독일, 휴는 영국인이다. 샴페인, 파티, 담배 한 개비, 그리고 세 번의 만남 속에서 나눈 대화와 술집은 그 자체로 체임벌린과는 다른 흐름으로 영화가 아닌 실제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 하다.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는 서사와 별개로, 어쩌면 영화는 단편적으로 결과적으로 보지 말고, 그 안에 살았던 젊은 이들의 삶의 모습을 보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하나 더 _ 2차 세계대전 연보>
위키에서는 2차 세계대전을 1939년 9월 1일에서 1945년 9월 2일까지로 표기하고 있다.
1931년 9월 18일 만주침공 (일본)
1935년 10월 2일 에티오피아 침공 (이탈리아)
1937년 7월 중국침공 (일본) 태평양에서 2차 세계대전 발발
1938년 3월 13일 오스트리아 합병
1938년 9월 29일 뮌헨 회담 체코 일부 할양
1939년 4월 7-15일 알바니아 침공 및 합병 (이탈리아)
1939년 9월 1일 독일 폴란드 침공으로 유럽에서 2차 세계대전 발발
1940년 4월 9일 덴마크 노르웨이 침공
1940년 5월 10일 프랑스 침공
1940년 6월 22일 프랑스 휴전협정
1940년 7월 10일 ~ 3개월 영국 공습 (영국전쟁 / Battle of Britian)
1941년 6월 22일 소련 침공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공습 (일본)
1941년 12월 8일 미국 참전
1942년 5월 왕립 공군 퀠른 폭격 - 독일본토내의 첫 전투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1944년 8월말 프랑스 해방
1945년 4월 30일 히틀러 자살
1945년 5월 7일 독일 항복
1945년 9월 2일 일본 항복 및 세계대전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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