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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냄새 맡는 개, 후각 천재 댕댕이

동물행동학자 예원 칼럼

퇴근하면 문 앞에서 기다리는 강아지 덕분에 행복한 분들 많으시죠?


애견의 종주국이라는 영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반려동물 산업이 활성화되었고요, 그 뒤를 이어 미국, 유럽에서도 반려동물 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1991년 비엔나의 한 방송국에서는 과연 강아지가 반려자의 퇴근시간을 알 수 있느냐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답니다. 


[강아지는 개집사의 퇴근 시간을 알고 있을까?] 

https://m.youtube.com/watch?v=aA5wAm2c01w


영상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말 놀랍게도, 

강아지는 개집사의 퇴근시간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초능력이라도 있는 건가..?)


이 결과에 방송국 관계자분들도, 시청자분들도, 과학자들도 많이 놀라셨을 겁니다. 


"도대체 강아지들은 반려자의 귀가 시간을 어떻게 아는 걸까?"


여기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사들에 의해 연구가 진행되었고, 저희 연구팀도 관련 논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사들의 연구를 아래 범주로 나누어 설명하겠습니다. 


1. 몸속에 '시계'라도 있는 걸까?

2. 아니면 '시간을 냄새 맡는 걸까?'



1. 혹시 '몸속에 시계'라도 있는 걸까? 


Swedish University의 Therese Rhen & Linda Keeling  박사 연구팀은 12마리의 개와, 그들의 반려인 사이의 시간의 흐름에 대한 반응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는 반려자가 집을 2시간 동안 비우고 다시 돌아왔을 때, 더 높은 빈도와 격렬한 반응으로 반려자를 반겨주었습니다. 


이때 개들은 짧은 시간과 긴 시간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었지만, 더 구체적인 간격은 구별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즉, 30분의 부재와 2시간의 부재중 2시간 간격을 두고 반려자와 만나는 것에 더 흥분했으며, 2시간의 부재와 4시간의 부재는 실험 결과에 차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비록 이 연구는 


- 개들이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몇 시간인지 알고 있는지,  


- 아니면 주인이 집을 비우는 시간을 정확히 구별할 수 있는지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 분명한 건 개들이 ' 집에만 있는 시간의 영향을 받는다 ' 는 것은 밝혀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들이 반려자의 귀가를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을 알 수 있다는 실화나 보도들은 많습니다. 


개들은 반려자가 현관으로 걸어 들어가기 15분에서 20분 전에 문이나 창문 근처를 배회하기도 합니다.(Stanley Coren Ph.D) 

여기 유명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있지요. 바로 [하치 이야기]입니다.

https://youtu.be/S-GJd9ZSmqg?si=X3SQFhpoG017UoPf



2. 시간을 냄새 맡는 걸까?

몇몇 박사들은 강아지의 '후각세포'에서 그 단서를 찾았습니다.

개의 후각은 사람보다 10,000배 이상 뛰어나며, 냄새를 인식하는 '후각 신경구'의 크기는 사람보다 4배 정도 크고, 후각 세포수는 2억 개 이상, 후각상피 표면적은 사람보다 10배 정도 넓다고 합니다. (Thorsten Walles Ph.D, Thomas Quinn Ph.D)

미국 LECOM(Lake Erie College of Osteopathic Medicine) Thomas Quinn 박사 연구팀은 '비글'을 훈련시켜 조기 폐암 진단에 성공했습니다.


그 결과 훈련된 개들은 민감도 96.7%, 특이도 97.5%, 양성 예측치 90.6%, 음성 예측치 99.2%의 정확도로 초기 폐암 환자들의 혈청을 거의 정확하게 진단해 냈습니다.

초능력에 가까운 개의 후각 능력에 대한 선행연구들을 바탕으로, 뉴욕시의 Barnard College의 Alexandra Horowitz 박사는 개들이 '시간의 냄새를 맡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면 개들은 방금 눈 배뇨의 냄새(강한 자극)와 오래된 배뇨의 냄새(약한 자극)를 모두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반려자가 집에 있을 때 나는 냄새가 '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옅어지는 정도에 따라 ' 시간의 경과를 인지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개는 반복된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냄새의 변화와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반려자의 귀가 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Horowitz 박사의 이 가설을 실험한 과학적 연구는 없습니다만 BBC 방송국에서 비공식적으로 입증한 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냄새가 옅어지고, 이를 개가 감지할 수 있다는 결과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스탠리 코렌 박사는 반려자가 집을 비우더라도, 집에서 반려자의 냄새를 계속 나게 하거나 다른 향을 나게 하는 것도 개가 반려자를 덜 기다리게 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지만 저는 그 의견에는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개의 후각 능력에 대해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으며,

개가 반려자의 귀가시간을 맞춘다는 요소에는 '후각 능력 외에' 다른 요소도 존재한다는 가설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준비하는 논문들이 마무리되는 데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저희 연구팀과 후속 연구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강아지는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매력적인 존재들이네요. ^^


References

Rehn, T. & Keeling, L. (2011). The effect of time left alone at home on dog welfare. Applied Animal Behavior Science, 129: 129-136.

Horowitz, A. (2017). Being a Dog: Following the Dog Into a World of Smell, Scribner: New York, pp. 336

Thomas A. Quinn et al, Accuracy of Canine Scent Detection of Non – Small Cell Lung Cancer in Blood Serum (n.p.: The Journal of the American Osteopathic Association, 2019), 41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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