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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문을 열었다. 그것도 내 손으로..

암투병에 익숙해지는 사람들



암 투병? 희귀 암?


진짜 가족인지,

아니면 가'족'같은 사람들인지는

겪어봐야 안다고 했던가.


시어머니 병상 옆에 있던 30대 유방암 환자분은 남편이 자식은 돌보지 않고 술만 마시러 다닌다며 오열하셨다.


나도. 무늬만 가족이었나 보다.



시어머니의 병환이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거듭할수록 사람들은 이 상황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처음 입원하셨을 땐 놀라서 병문안도 많이 오시더니 점점 발길도 뜸해지고..

그렇게 다들 각자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결혼한 지 2년이 안된 며느리라 그런지,

결혼식에 집착한 열등감 많은 사람이라 그런지..

시어머니 입장에서 아무리 잘해주셔도 나 역시 그런 일상 속에서도 ' 내 처지 '에 대해 비관할 여유도 가지게 되었다.


나는 결혼'식'도 못하고, 결혼한 친구들은 다들 다녀온 해외 신혼여행도 '못'갔다는 서러움에 혼자 눈물을 흘리곤 했으니 말이다..


그 와중에 종갓집 맏며느리로서 친지들의 결혼식에 참석할 때면 마음 한구석에 밀려오는 씁쓸함을 숨기느라 고군분투해야 했다.


하얀 드레스 입고 웃고 있는 신부의 모습이 한없이 아름다워 몇 번이나 꿈에 나올 만큼 부러웠고, 그걸 뒤에서 축하만 해주는 내 모습은 초라해 보이기 그지없었으니  말이다.


내가 찍어준 우리 사촌 아가씨 사진.. 참 이쁘다. ^^


가족이란 시어머니는 하루 앞을 모를 힘겨운 날들을 보내시는데..


나란 인간은 친구들 앞에 결혼사진 한 장 내세우지 못한다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그놈의 결혼식, 드레스 놀이 따위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으니..


죄인도 이런 죄인이 또 있을까 싶고, 

아니면 여자가 태어나서 한번 하는 결혼식을 못하는 게 서러울 수 있겠구나 싶을 수도 있겠다.


' 누구 ' 의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 관점 ' 은 달라지기 마련이니.




하지만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는 순간,

우린 비참해지거나 교만해지는 길 밖엔 선택할 게 없다.

그건 스스로 지옥문을 여는 것과도 같다.


그렇게 결혼식을 하는 친구들이나 사촌 아가씨와 나를 비교하는 바로 그 순간, 지옥문이 열렸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 고통스러운 생각 감옥.


본업을 하며 그간 시어머니가 하셨던 집안일들도 내가 하다 보니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한다고 해봐야 절대 어머니만큼 할 수도 없느니 좋은 소리를 듣는 것도 아니었다.  

결혼생활이 처음인 나는 모든 게 서툴렀고..

특히 요리 솜씨는 시어머니에 비해 참으로 형편없었으니. ^^;


된장찌개에 당근을 넣어보는 창의적인 발상을 했던 그 시절^^;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지 않는 친구들의 처지와 나를 비교하는 그 순간, 또 지옥문이 열렸다.


치료비도 예상보다 훨씬 많이 나오면서 경제적인 타격도 컸다.

남편은 점점 패닉 상태에 빠졌고..

나랑 상의 한번 없이 모든 방송 제의를 거절했다.

그때 본의 아니게 활동을 접으면서 우리 센터가 어렵게 연구한 결과들이 무단 도용 당하는 상황도 지켜봐야 했다.


이렇게 살 거면 뭐 하러 힘들게 연구하고, 아껴 쓰며 살았을까?

또 지옥문이 열리며 생각 감옥에 갇혀버렸다.


또다시 우울증이 번지면서 모든 친구들과 연락을 끊었다.


끓어오르는 화를 참기 위해 용을 쓰는 것만 해도 진이 빠져버리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때도 나는 얼마든지 천국행 열차를 탈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스스로 언제나 지옥행 열차를 선택했던 셈이다.




지옥문은 남과 " 비교 " 하기 시작하는 순간 바로 열린다.


지옥에 갇혀버리는 자의 눈과 귀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무지하고 이기적인 인간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나는 어느새 편찮으신 시어머니 걱정보다 내 앞날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 못난 나 자신이 싫으면서도 내 처지를 생각하면 걱정 안 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가..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쓰기까지 어떤 일들이 또 있었을까요?  


차차 풀어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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