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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Jan 10. 2021

온라인 독서 모임


 작년부터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온라인 독서모임이 일반화되었지만 나는 온라인으로 독서모임을 한지 4년이 넘었다. 처음 독서모임을 시작한 곳은 강남이었다. 그런데 일산으로 이사를 가면서 모임을 하기 위해 강남으로 가는 일이 쉽지 않았다. 오고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러다가 이 문제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온라인으로 토론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였다. 


 처음에는 독서모임 하면 당연히 만나서 얼굴을 보고 하는 오프라인 모임만을 생각했다. 과연 온라인으로 독서토론이 가능할까? 걱정이 되었지만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서 시도해보기로 하였다. 2017년 7월에 처음으로 온라인 토론을 시작하였다. 이후 매주 오픈 톡방에서 독서 토론을 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온라인으로 하는 독서토론이 얼마나 잘 될까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형태라 더욱 그러했다.


  온라인으로 처음 토론한 책은 김영하의 소설집 『오직 두사람』이었다. 활동하고 있는 온라인 카페 몇 곳에 이 책으로 독서토론을 하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들어오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오픈 톡방의 주소를 링크하고 참여를 원하는 사람이 들어오는 방식이었다. 아무도 안 들어오시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과 달리 13분이 들어오셨다. 전혀 모르는 분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함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래 계획은 하룻밤 동안만 토론을 할 생각이었는데 첫 모임이라 모두들 열정적이셨고, 열심히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주었다. 나 역시 3일 동안이나 책을 옆에 두고 꺼내보면서 질문이 나오면 책을 다시 찾아 꼼꼼하게 읽었다. 바로 책을 확인 못하는 사람을 위해 바로바로 해당 페이지를 카메라로 찍어서 사진으로 올려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온라인 공간이었지만 책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온라인 토론이 오프라인 토론보다 훨씬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장점이 꽤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의 절약과 장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토론을 하려면 일단은 그 장소에 가야한다. 오고 가는데 시간이 들고, 또 만약 장소가 먼 곳이면 가고 싶어도 선뜻 참석하겠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직장을 다닌다면 시간을 내기가 더욱 쉽지가 않다. 직장인들이 주인 모임들은 보통 토요일 저녁이나 일요일 낮 등에 열린다. 하지만 이 시간도 아이를 키우는 분들의 경우에는 유일하게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또 쪼개어 참여한다는 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참여할 용기를 내기가 어렵다. 그 분들에게는 접근성 면에서는 온라인 토론이 오프라인 모임보다 용이하다. 실제로 현재 온라인 토론에 참여하시는 분들 중에는 외국에 계시는 분들도 계시고, 일을 하시는 분들도 다수이다.


  2018년도에는 1주일에 두 번, 수요일 밤과 목요일 밤에 온라인 토론을 하였다. 수요일은 한 분야의 책을 읽는다. 플라톤의 『국가』를 시작으로 공자의 『논어』, 맹자의 『맹자』를 읽고 있다. 목요일에는 소설을 읽고 토론을 하였다. 토론 방식은 책에 대한 발제를 전날 올리고, 토론에 참여하는 분들은 발제에 대한 답변을 토론 시작 전까지 올리고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상을 서로 나눈다. 매주 두 권의 책을 토론한다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매주 하다 보니 독서습관도 잡히고, 체계 있는 독서습관을 잡아나갈 수 있었다.


  온라인 토론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본다. 다양한 분야의 책 읽기를 위해 차곡차곡 쌓아가는 디딤돌 같은 역할을 해준다. 또 분야별로 집중적으로 두세 달 씩 진행하고 있어서 독서의 깊이가 점점 더 심화되는 게 느껴진다. 시간에 맞추어 책을 읽고, 책에 대해 발제를 하고, 발제에 대해 답변을 하는, 이른바 세 가지 독서 시스템을 내 스스로 정립한 느낌이다. 또한 분야별로 연결시켜 책을 읽는 과정이 인식의 심화와 지식의 축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언제까지 온라인 토론을 계속 진행할 수 있을까 싶지만 이는 놓치지 않고 계속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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