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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Aug 28. 2021

매년 읽는 책이 있으신가요?

<데미안>을 매년 읽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년 전 글쓰기 모임에서 책을 안 읽는 친구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에 대해 써보는 시간을 가졌다. 책을 안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나도 책을 안 읽던 시기가 있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정신이 없던 시절, 책을 읽는다는 건 호사처럼 느껴졌다.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지만, 만약 그럴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그 시간에 잠을 자거나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마찬가지로 직장일로 바쁘거나 학교 생활이나 공부에 매진해야 할 시기 등, 책을 안 읽게 되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게다가 책보다 재미있는 게 넘쳐나는 세상이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영화, 드라마, 웹툰 등 재미와 감성을 채워줄 이야기들은 수도 없이 많다. 요즘 같이 바쁜 세상에 손가락 하나만 클릭하면 재미있는 것들이 쏟아져나오는데 굳이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게 오히려 더 당연하게도 보인다. 


  글을 쓰다가 예전 독서모임에서 두 번 이상 읽은 책에 대해 나누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느 20대 회원분이 자신의 어머님이 매년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꺼내 읽으신다는 말을 들려 주었다. 매년 한 번씩 읽는 책이라니. 나는 지금까지 가장 여러번 읽었던 책은 최고 네 번이었다. (그것도 자의라기 보다는 독서모임이나 서평을 써야할 일이 생겨서 다시 읽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니 나도 11월이 되면 매년 <트와일라잇> 시리즈 영화를 보긴 한다.) 


  새해가 되면 해마다 한 번씩 읽는다는 이 책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나도 <데미안>을 두 번 읽기는 했다. 특히 성인이 되어 다시 읽으면서 소름이 돋을 정도로 공감하기도 하였다. 청소년 시절에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깨달음이 있었다. 이 책은 유년의 순진함에서 벗어나 현실에 눈을 떠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혼란과 사회적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심정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성장통을 열병처럼 앓던 시절이 이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금 읽어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프롤로그의 첫 문장, "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라는 문장에 이 책의 주제가 함축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자신의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거쳐가야할 지난한 과정은 누구나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헤세는 이를 두 개의 서로 다른 대립적 세계의 부딪힘으로 그려낸다. 선과 악이나 허락된 것과 금지된 것들의 세계 등으로 나눈다. 싱클레어의 의식에서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는 대립하게 된다. 어두운 세계를 대표하는 것은 크로머이다. 부모와 누이의 따뜻한 보호를 받고 자라던 싱클레어는 동네 아이들의 두려움의 대상인 크로머와 걷다가 예기치 않게 모험담을 꾸며 말하게 되면서 어둠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때, 어둠을 뚫고 가야하는 싱클레어를 안내하는 사람은 데미안이다. 데미안은 싱클레어보다 한 두 살 위의 영리하고 어른 같은 확고함을 가지고 있는 소년이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친구지만 또 다른 자아로 볼 수도 있다. 데미안의 도움으로 크로머로부터 벗어난 싱클레어는 부모의 집으로 돌아가지만 더 이상 집은 그에게 은신처가 되지 못한다. 이제 그는 혼자서 자신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오랜 방황 끝에 그의 내면은 성숙해지고, 싱클레어는 대학생이 되어 데미안과 그의 어머니를 만난다.


 인간은 자신의 삶이 어떤 완성의 모습을 하게 될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헤세는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본 적은 없지만 그럼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모호하게 어떤 사람은 보다 투명하게 차이가 있지만  누구나 그 나름대로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나간다. 어둠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어둠을 알아야 하듯이, 자신을 이해하려면 자신에 대해서 알아나가야함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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